구유에서 탄생하신 예수님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자주 등장하는 하나의 그림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말구유에 누워 계시고, 주변에는 말을 포함하여 몇 마리의 동물들이 마리아, 요셉과 함께, 그리고 목자들과 함께 둘러서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구유에서 태어나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말은 장교들의 몫이었고, 중요한 군수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군수품인 말을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인 베들레헴에 두고 관리했을 가능성이 낮으며, 또한 팔레스타인을 점령 중이던 로마군이 이곳에 주둔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므로 베들레헴에는 말 구유도, 말도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말구유가 아닌, 구유라고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왜 구유에 태어나셨을까요? 예수님 당시 베들레헴의 인구가 약 300여 명 정도였고 예루살렘이 최대 3만 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별히 유월절을 포함한 3대 절기가 되면 수십만 명들이 예루살렘을 찾았기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주거였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주막이나 여관들은 물론 민박도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광야 등에 천막을 치고 야영을 하였다고 합니다.

천막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당시 목자들이 사용하던 임시 거처인 자연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내곤 하였습니다. 자연 동굴에는 목자들과 짐승들이 함께 사용한 곳이기에 간단한 지푸라기나 엉성한 여물통 등이 뒤엉켜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추위를 피하고, 출산이 임박한 마리아와 요셉에게는 이 공간을 찾은 것만도 행운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탄생한 곳이 이러한 곳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가장 개연성 있는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구유에서 탄생하신 사실에 담겨져 있는 복음적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첫째, 예수께서 태어나신 곳은 그 당시 그 지역을 지나가는 나그네가 잠시 이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탄생 때부터 나그네와 같은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인생은 이 땅에서 정착하여 영원히 살아갈 존재가 아니라 나그네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줍니다.  

둘째, 예수께서 구유에서 태어난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복음적 메시지가 또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께서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태어나셨다는 사실이지요. 즉, 모든 사람을 위하여 오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셨지만,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육신, 이 땅에서의 탄생입니다.

그분이 태어나신 곳은 어느 누구도 찾아올 수 있는 구유였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품고 구원하시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메시지이지요.  

그래서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 달려왔고, 동방박사가 찾아 왔으며, 죄인, 창녀, 외로운 사람, 병자, 모두 예수님을 찾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에 자신의 입으로 직접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셋째, 생명의 떡이 되어 주시기 위해 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구유에 아기 예수가 누워있는 모습은, 마치 짐승처럼 어리석은 인간들의 양식이 되어주시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태어나신 장소는 베들레헴인데, 베들레헴이란 ‘떡의 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랍어로는 푸줏간에 해당합니다.

이 두 의미는 동일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양털을 깎고, 양을 잡는 날에는 잔치를 하며 떡을 했던 배경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살리기 위해 오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으로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셨고, 자신이 직접 생명의 양식이 되어 영적으로 살아난 우리들을 영적으로 더 풍성하게 하시기를 원하셨습니다.

다가오는 성탄절을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구유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이 주시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천국을 소망하며 나그네와 행인처럼 살고 있는지, 누구나 조건 없이 만나시기 위하여 낮고 낮은 구유에 탄생하신 예수님을 지속적으로 만나 그 예수님을 닮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봅시다.

또한 생명의 양식이 되기 위하여 구유에 태어나신 예수님을 통해 생명의 풍성함을 누리고 있는지를 점검하여 진정한 풍요로움이 누려지는 성탄절을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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