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있을 사무총회를 앞두고, 섬기고 있는 교회 부서의 내년도 계획을 세워보았다. 희망찬 계획 뒤에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계획대로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믿습니다!’라고 소리높인 고백 뒤에, 소리 없이 다가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이런 부정적인 불안감 속에서 오늘을 살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희망이 없어 보이는 냉혹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늘도 그 냉혹함에 가속도를 더하며 많은 이들을 절망의 절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랜만에 대학원생 전도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부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전해들은 전도사님들의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혹했다. 그들은 목회현장에서 코로나 위기와 변혁의 시대를 통감하고 있었다.

어느 교회는 주일학교 학생 수가 작년대비 80퍼센트까지 인원이 줄었다고 했다. 아마 대부분의 교회학교 상황이 비슷할 것이다.

모든 전도사님들의 상황이 같진 않겠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부득이하게 사역을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는 전도사님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독일에서 본회퍼의 교회이해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코로나 시대를 힘겹게 지내고 있는 전도사님의 사연 앞에서, 본회퍼의 교회에 관한 이론적 담론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위드코로나와 메타버스 시대에 제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미래목회의 현실은 상상만으로도 이미 암울하다.  

전도사님들에게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 재정적 부담 앞에서, 투잡, 쓰리잡, 포잡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앞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학자금이 몇천만 원대로 치솟은 이들도 적지 않다.

바야흐로 전도사님들은 N잡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강의실 뒤에서 수강생 전도사님들의 뒷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다. 추워진 날씨만큼 옷들도 두터워졌다. 그러나 그 두께로도 축 쳐진 그들의 어깨를 감추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줄뿐, 선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을 위한 기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면을 빌어 전국에 계신 선배 목사님들께 우리 전도사님들을 간곡히 부탁드려본다. 사랑하는 제자 전도사님들을 한번 따뜻하게 안아 주십사 소리 높여 부탁드린다. 이 시대의 암울한 목회현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그들을 식탁에 자리에 초대하고 희망의 기도를 해 주십사 거듭 부탁드린다.

기도로 담은 내년도 계획 앞에서 저도 모르게 나오는 우리 전도사님들의  숨길 수 없는 한숨과 탄식들에 위로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평생 목회해 오시면서 위기의 시대를 넘어 부흥의 시대를 경험하신 그 안목으로 신학교에서 결코 담을 수 없는 목회적 혜안을 가르쳐 주시길 바란다.

우리 전도사님들에게 함께 잘 헤쳐 나가자고 말씀해 주시고, 두 손 한번 꼭 잡아주시기를 비천한 신학교 선생이 두손 모아 기도하는 심정을 담아 머리 숙여 부탁드린다. 그들의 이번 겨울이 소명의 끝이 아니라 내년의 봄을 기대하며 희망찬 사역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길 바란다.

코로나 시대 위기를 극복하고 이 땅에 예수님의 향기 전하는 아름다운 성결의 백합꽃을 함께 피우자고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함께 동역하자고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

본회퍼는 말했다.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만, 진정한 교회이다.” 지금 교회인 나에게 타자는 제자들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힘겨워하고 있을 제자들이다. 그럼에도 목회의 소명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는 전도사님들이다.

지금의 나의 타자, 제자, 전도사님을 하나님 아버지께 부탁드린다. 그리고 전국에 계신 목사님들께 간절히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