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도시』로 한국신학계에 이름을 알린 하비 콕스(Harvey Cox)를 1988년에 뉴욕타임스가 20세기 10대 신학자로 선정했다. 그 콕스에게 어느 학술심포지엄에서 당시로서는 X세대인 젊은이가 질문했다. “학생들에게 예수그리스도로부터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질문을 직접 받았다고 생각하고 답을 쓰라고 하셨다는데 당신이라면 어떤 답을 쓰시겠습니까?”

▨… “나는 이 질문이 언젠가는 나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대답은 베드로가 한 대답과 아주 흡사합니다. 당신은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의 대답에 심포지엄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진보적 색채를 띄우는 그의 신학적 성향-예수를 랍비로 이해했다. 올바르게 이해되기만 하면 이 시대를 위해 강력한, 심지어 지상명령적인 윤리적 의미를 지닌 분으로(『예수 하버드에 오다』)-에 익숙해 있었으므로.

▨… 콕스를 향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오늘 예수가 지구에 되돌아 온다면 우리가 그리스도교라 부르는 것에 대해 특히 그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요?” 듣기에 따라서는 머리가 갸웃거려질 대답을 콕스는 또 들려주었다. “나는 그가 그리스도교를 보고서 매우 놀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어떤 점에서 그리스도교라는 용어는 예수를 역사 속에 소개하고 그 소개의 주요 부분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말하는 방식이기에 우리는 그리스도교와 예수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마커스 보그, 『예수‧2000년』 참조)

▨… 오늘 우리 한국교회에서 그리스도교와 예수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말에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은 과연 동의할까. 예수는 그리스도교의 목적이며, 기반이며, 내용이라는 고백 위에 한국교회는 서 있음을 주장하고 자랑해오지 않았는가. 그러나 콕스는 가시적인 교회(visible church)와 예수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왜일까.

▨… 1996년 8월 하비 콕스는 한국을 다녀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방문했던 콕스는, “초대형 교회들은 혹독하게 성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오늘의 대기업과 매우 흡사하다”(『신이 된 시장』)고 평가했다. 역사의 그리스도교가 왜 예수와 동일시되어서는 안되는가를『신이 된 시장』은 차분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교회성장이 무한 경쟁으로 전개되는 오늘의 교회는 그 생리가 시장경제의 거대은행을 닮고 있다는 지적은 진보적인 색깔의 신학자가 교회의 자본주의화만은 한사코 막으려는 그 이유를 스스로 밝혀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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