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편 – 안식년

      이성훈 목사
    (임마누엘교회)

목회자라면 성도들로부터 구약과 신약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은 받게 됩니다. 아마도 그분들 마음 가운데에는 “구약 시대 때 주셨던 율법이나 명령을 신약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굳이 따라야 하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는 듯 합니다.

이 질문에 답변은 간단합니다. 구약의 모든 법을 문자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이는 구약 시대에 주어진 모든 율법이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약의 율법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비록 구약의 율법이 신약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이 주신 율법의 정신은 그대로 존중 받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신약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신약 시대의 방법으로 율법의 정신을 바로 깨닫고 알아 우리 삶에 적용한다면 이는 큰 유익이 됩니다.

레위기 25장에 보면 ‘안식년’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안식년’이란 6일 동안 일하고 하루를 쉬는 안식일의 원리를 확장한 제도입니다.

‘안식일’이 되었든 혹은 ‘안식년’이 되었든 우리는 ‘안식’을 일을 한 것에 대한 댓가나 혹은 ‘일’을 준비하기 위한 ‘쉼’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안식’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이 첫째 날을 시작으로 하여 6일째 되는 날까지 세상과 인간을 만드신 후 ‘안식’하셨습니다. 비록 ‘안식’이 하나님께는 6일 일하신 후 가지신 ‘쉼’이었습니다만, 6일째날 창조된 우리 인간에게는 하나님이 안식하신 날이 첫째 날이 된 셈입니다.

이는 곧 우리 인간에게 ‘안식’은 우리 ‘노력의 결과’나 혹은 ‘노동’의 댓가나 심지어는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수단’의 의미를 넘어서서 인간에게 안식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요 ‘선물’이 되는 셈입니다.

안식년에도 이 원리가 적용 됩니다. ‘안식년’이란 7년째 되는 해에 땅을 쉬게 하는 원리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 너희는 내가 주는 땅에 들어간 후에 그 땅으로 여호와 앞에 안식하게 하라”(레 25:2)고 하셨습니다. 땅을 가꾸지 말고 땅에게도 쉼을 주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칠년 중에 한 해를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음을 보여 주심으로써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것이 단순히 노동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또 ‘일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간이 땅을 경작하지 않았다고 해도 땅은 소산물을 내게 되는데, 안식년 기간 동안 얻는 소출은 땅 주인은 물론이요, 주인의 ‘남종’과 ‘여종’, ‘품꾼’과 ‘거류하는 자들’ 심지어는 ‘가축’과 심지어는 ‘들짐승들’까지도 그것을 먹도록 허용(25장 6~7절) 하셨습니다.

이는 남종과 여종이 의미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이요, 가축과 들짐승이 상징하는 세상의 모든 생태계에게 유익이 되게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우리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나누어야 할 사람이 있고, 또한 하나님이 창조하신 또 다른 피조물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을 포함하여 특정한 부류가 땅을 이기적인 마음으로 점령하고 차지하는 것이 성경적 가치관과는 배치(背馳)가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안식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땅의 본래 모습으로 돌이키게 하심으로써 결국 전체 생태계의 유익이 되게 하기 위한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이 땅의 생태계가 땅의 유익을 얻으며 살 권리가 있습니다. 안식일이 하나님이 주신 복이듯이 안식년도 하나님이 우리 인류에게는 물론이요 생태계에 주신 복중의 복입니다.

안식년은 탐욕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본래의 목적을 회복하며, 더 나아가서는 생태계를 창조 때의 모습으로 회복시키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소중한 정신이 담겨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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