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죽음과 삶에 대한 고찰

이번에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켈리 세이컨 교수의「죽음이란 무엇인가」입니다.

1995년부터 ‘열린 예일 강좌’에서 다룬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자 삶에 관한 책 그리고 철학책입니다.

전반부는 ‘형이상학’으로, 후반부는 ‘가치론’으로 죽음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고찰하였습니다.

이 책을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영혼’에 관한 정의입니다.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뤄진’(이원론) 존재가 아니라, ‘육체만으로 이뤄진’(물리주의) 존재이기에 영혼과 영생에 대하여 부정하면서 ‘인간 기계’ 이론을 언급합니다.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기계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P. 506).

둘째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인간은 죽음에 대하여 세 가지 입장을 갖습니다. 부정, 인정 그리고 무시! ‘부정’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가 없고, ‘무시’에 대해서는 죽음을 ‘인정’하고 ‘삶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을 것을 제안합니다.

“카프카는 말했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P. 406). “정말로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그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중략) 두려움과 환상에서 벗어나 죽음과 직접 대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시 사는 것이다.”(P. 507).

신앙 서적은  위르겐 몰트만 교수의 ⌈나는 영생을 믿는다」입니다. 몰트만 교수의 마지막 저서로서 코로나 시대에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생명의 책으로 쓰였습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선택한 이유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영혼’에 관한 정의입니다. 그는 르네 데카르트의 추종자였던 메트리의 책 ‘인간 기계’ 이론을 비판하면서 영혼을 ‘생명의 원리’로 설명합니다.

“인간을 마침내 유물론적으로 해체해 버리는 몸과 영혼이라는 두 가지 존재와는 달리 나는 영혼을 생명의 원리로 이해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중략) 데카르트의 ‘사유하는 자아’는 ‘연장된’ 실체 안에서는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다.”(5. 삶의 전체성).

둘째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죽음은 단지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치’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을 쓴 목적은 하나의 ‘죽음의 기술’, 즉 죽음을 위한 하나의 준비 자세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영원한 생명, 즉 ‘부활의 기술’이라고 부르는, 충만한 생명으로 부활하는 준비 자세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들어가는 말에서).

셋째는 ‘죽음과 부활’에 관한 해석의 변화입니다.

이 책의 번역자는 몰트만 교수의 첫 번째 책인 ‘희망의 신학’을 한국어로 번역한 나의 스승이신 이신건 교수입니다.

그는 몰트만 교수가 왜 ‘죽음 속의 부활’ 이론을 1995년까지 거부하다가 2016년 이후부터 주장하는지에 대한 배경을 잘 설명해 줍니다.

“사람이 언제 부활할지에 대해 그는 명확한 설명을 주지 않으셨다. 모든 사람이 기대하듯이, 그는 예수의 재림 날에 만인 부활과 만물의 새 창조를 기대하셨을 것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죽음 속의 부활’을 주장하시다니, 매우 의외였고 무척 의아했다. (중략)이 책을 번역하는 중에 드디어 나는 그가 왜 이른바 ‘죽음 속의 부활’을 수용하게 되셨는지를 비교적 소상하게 알게 되었다. 사모님을 먼저 떠나보내시고, 머잖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시는 가운데서 ‘죽음과 영생과 부활’에 관해 깊이 묵상하고 독서하는 가운데서 이런 결론에 도달하신 것으로 보인다.”(옮긴 이의 말).

이 두 책은 코로나 시대의 ‘죽음과 생명’에 대하여 탁월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물리주의와 유물론’의 입장에 서 있는 켈리 세이컨 교수를 통하여 ‘죽음의 본질’을 가치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블로흐의 무신론적 ‘희망의 철학’에 대한 신학적 응답이었던 ‘희망의 신학’에 서 있는 위르겐 몰트만 교수를 통하여 ‘죽음과 부활의 관계성’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죽는 시간은 우리가 부활하는 시간이다. 만약 우리가 죽는다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으로 깨어날 것이다. 죽음의 고통은 영원한 생명으로 탄생하기 위한 고통이다.”(3. 우리는 죽는 순간에 부활할 것이다).

디트리히 본회퍼가 1945년 4월 9일에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처형되기 위해 끌려나가면서 동료 죄수들에게 나누었던 작별 인사가 떠오릅니다. “이것은 마지막이지만, 나에게는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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