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와 지속적인 교세 감소로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금지했던 성직자 이중직 금기가 깨지고 있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서도 목회자의 이중직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89.6%가 나왔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교단인 예장 통합과 합동 소속 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두 대형교단이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목회자 이중직이 목회 현장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목회자는 ‘성직’이기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목회자는 영혼 구원과 목양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이를 위해 목회자의 생계는 교회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목회자 이중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목회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다른 직종에서 선교하는 자비량 사역도 늘어나면서다.

이미 작은교회 목회자 중 상당수가 다른 직종을 갖고 있거나 자비량 목회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출석 교인 50명 이하의 작은교회 담임목사의 절반가량이 이중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고, 앞으로 다른 직종을 가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목회자도 절반 가까이나 됐다.

재정난과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갖는 목회자들이 현실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10년 이후 급증했다.

2011년부터 2019년 사이에 이중직을 시작한 목회자가 전체의 55.5%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27.3%로 다시 급격하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현장 예배의 횟수와 성도의 출석이 급격히 줄면서 목회자들이 교회 유지를 위해서라도 구직 활동에 나서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선교적 목적이나 자아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우리 주변과 삶의 자리가 선교의 장이 되면서 이런 경향이 더 많이 졌다. 이제 선교적 관점에서 이중직 목회를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이다.

한국 초대교회 선교사들 가운데 이중직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성경의 사도바울도 텐트를 만들며 선교적 사명을 감당했다.

무엇보다 이중직이 현대 목회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차별화한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친밀해지는 창의적 접근을 하는 카페교회가 대표적이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 농목들, 마을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도 엄밀히 따지면 이중직이지만 그 누구도 이중직이라고 지적하지 않는다.

전문 직종을 갖고 선교하고 있는 선교사들에게도 이중직의 굴레를 씌우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어쩌면 이중직 목사는 현시대가 요구하는 선교형 교회를 향한 노력으로 새로운 목회 사역의 장을 열어갈 수도 있다.

물론 이중직을 전면 허용할 경우 목회자의 이탈이나 목양의 부실화 등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교단에서 현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유형의 자비량 목회를 선제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중직 목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고 일하는 목회자에 대한 총회 차원의 연구와 합의로 새 장도 열어야 한다.

목회자들에게 직업훈련이나 관련 신학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이중직’ 대신 ‘이중 소명’이라는 용어로 통일해 사용하고, 목회에 대한 의미를 시대에 맞게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

이중직에 적합한 직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목회자가 다중소명을 받을 경우에 목사직과 세속직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부르심에 충실할 수 있는 대안을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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