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님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셨다고 하던데…” 선배 목사의 근황을 묻던 후배 목사의 목소리가 안으로 잦아들고 있었다. “그래요. 이제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오니까 주었던 정을 차근차근 거둬들일 모양이야.” 치매로 잃어버리는 기억을, 주었던 정을 거두어들이는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노(老)목사의 마음이 가슴을 때렸는지 후배 목사는 가만가만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른 기침만 삼켰다.

▨… 통계가 없어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은퇴한 노목사들의 세계에서는 아내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얘기가 쉬쉬하는데도 곧잘 새어 나오고 있다. 이 땅의 교회 풍토에서는 목사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것이 ‘은혜 없는 일(?)’로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목사의 알츠하이머 와병은 통계도 없을뿐더러 어느 유명한 목사의 경우에서처럼 아예 쉬쉬하며 ‘눈 가리고 아웅’하기에 바빴었음이 사실이다.

▨… 지금은 새벽 기도회를 아침 6시에 모이는 교회들이 많지만 19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새벽 기도회는 5시에 시작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은혜로운 목사님(?)들은 4시부터 새벽제단에 무릎을 꿇었다. 목사 부인들은 사모된 죄(?)로 목사가 무릎을 꿇는 그 시각에 함께 무릎을 꿇어야 했고 잠이 부족했던 ‘사모’들은 은퇴 후에 뇌기능 저하로 내몰려야 했다. 은혜로운 사모들일수록 노년이 되면 알츠하이머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었던 셈이다.

▨… 김철중(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에 의하면 “50대와 60대 수면 시간이 하루 6시간 이하인 그룹은 하루 7시간 잠을 자는 그룹과 비교하여 치매 발병 위험이 30% 높은 것으로” 영국 런던칼리지와 프랑스 파리대 공동연구팀이 밝혀냈다고 한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노년기에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은혜가 부족해서 치매를 앓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의 어느 유명한 목사님의 치매 와병도 굳이 쉬쉬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리라.

▨…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으로 많은 교회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분들은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은, 사모들은, 노년의 치매를 염려할 처지가 못된다. 아예 날을 새우며 제단에 무릎을 꿇는 목사님, 사모님들에게 수면 부족, 치매 운운은 배부른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기도의 응답이 언젠가는 치매로 나타날 수도 있는 한국교회적 모순의 현실을 뉘라서 아파하지 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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