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실패, 능력과 상처의 차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실패하지 않는 리더는 없습니다. 신학대학원 1차 때 첫 번째 개척을 했는데요. 첫 번째 위기부터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헤맸습니다.

목회 철학, 사명선언문, 제자 양육, 교회의 로드맵을 그리지 못한 채 전도만 하고 보니 막상 성장할 때에는 길을 잃었어요. 위기관리는 생각도 못 하고 처음 맞이한 위기에 맥박은 빨라지고 몇 개월간 흔들렸습니다.

목회 초기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의지해서 맞닥뜨린 시험은 힘들고도 길었습니다. 두 번째 개척 후엔 6년 만에 탈진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로 안식년을 떠났는데요. 한인교회 담임목사가 안식월로 두 달간 교회를 비울 때 주일 설교만 부탁받았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설교 중에 사용한 유머가 부적절하다고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동안의 실패를 기록하자면 66권의 지면도 모자랄 판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종신 교수, 세계가 인정하는 리더십의 구루 에이미 에드먼드슨은「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조직적 침묵의 위험성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2003년 2월 1일 나사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공중에서 폭발해 탑승자 7명 전원이 사망했는데요. 감사 결과 엔지니어인 로드니 로차가 폭발사고 발생 2주 전 이상 발생 가능성을 파악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로차는 이런 징후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죠. 이유를 묻는 말에 “나는 말단 엔지니어고 내 팀장은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에드먼드슨은 개인이나 조직이 실패를 통해 성장하려면 다음 세 가지 단계를 꼭 밟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 발견인데요. “고통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실패는 찾기가 쉽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실패는 수면 밑에 숨어 있어 지금 당장 직접적인 해를 입힐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실패가 초기에 수면 위로 올라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분석입니다. “실패의 원인을 뿌리까지 캐야 한다. 정교한 분석 틀을 사용해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파악해야 한다.”

셋째, 실험의 장려입니다. “전략적으로 실패를 양산하는 것이다. 모든 실패에는 귀중한 정보와 지혜가 숨어 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실패는 원인을 찾기 쉽지만 작은 실패는 묵과해 버리거나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패 가능성과 원인을 찾아도 조직의 문화, 특징, 리더십의 유형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지요.

주님은 3년간 모범, 동거, 분여, 위임, 재생산을 통해 제자를 훈련했지만 제자들은 십자가 앞에서 모두 떠났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주님의 제자 훈련은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주님은 따르는 자의 배반을 제자 훈련의 과정으로 보셨기에 부활 후 먼저 찾아가셨습니다.

50대 중반이 되니 지난날의 설교, 리더십, 관계에서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로고스교회가 관대하게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정착할 다른 별을 찾으려다 우주 미아가 됐을 텐데요.

오늘은 이런 질문을 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다윗, 모세, 바울 같은 지도자를 낼 수 있을까요?” 연결 질문입니다.

“당신이 속한 공동체는 실수와 실패에 대해 얼마나 관대합니까?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십니까?”

많은 공동체가 리더의 실패와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폄하의 기회로 삼아 확대, 재생산한 정보를 SNS에 도배할 수도 있겠죠. 한 번의 실패나 실수가 낙인처럼 평생을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실패하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패가 이해, 돌봄, 격려, 공감, 사랑으로 치유가 된다면 능력으로 자리 잡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처만 남을 뿐입니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고 트라우마나 콤플렉스같은 심리적 장애로 남습니다. 주님은 배반한 제자들을 먼저 찾아가셨어요. 배반감, 죄책감에 빠진 제자에게 ‘언약적 사랑’을 주셨습니다. 그들에게 ‘영적인 안정감’을 제공했고 제자들은 순교로 답했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먼저 입어 구원을 받았다면 실패한 자를 보듬고 사랑의 돌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사명입니다.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격려하는 문화는 ‘두려움 없는 개인’을 만듭니다.

실패를 해도 관대한 문화에서는 능력 있는 위대한 인물이 나오고 그렇지 못한 문화에서는 인재가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관대한 문화의 공동체는 능력 있는 구성원을 통해 열매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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