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악게 파’라고 아실런지요? ‘악하고 게으른 자들의 무리’라는, 제가 만든 은밀한 조직의 이름입니다.
저는 악게 파를 이끌고 있는, 숨겨진 우두머리입니다. 오랜 시간 작은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 채 그저 묵묵히 쓸쓸한 교회를 지키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안타깝고 무력한 목회의 날들을 보내며, 매일같이 저녁노을 아래에 서 있는 십자가 앞에서 마음을 파고들었던 음성은 “나는…악하고 게으른 종이지 않을까.”라는 자조 어린 독백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저 스스로에게 ‘악게’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들은 어려운 사역 여건 속에서도 저렇게 창의적으로 새로운 일들을 만들며 잘들 헤쳐 나가는데, 왜 나는 이렇게 무능하기만 한 걸까 ….”
두렵고 슬프고 고개 숙여 가슴을 갉아먹는 아픈 날들이었습니다. 이 작은 시골 교회에서 제가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일은 그저 평소에 밖으로 나돌지 않고 늘 교회 안에 머무는 것, 그리고 참고 기다리는 것 두 가지였습니다.
언제라도 찾아오시면 저는 교회 안에 있습니다. 평범하기만 한 저로서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였습니다.
저는 이곳에 온 이후 지난 13년 동안 전도하여 기쁘게도 단 한 명의 새 신자를 얻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전도 대상자와의 교제와 만남을 5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마 이분도 앞으로 2, 3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요.
평소 이메일 계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저의 아이디는 ‘Goodwin’입니다. 선이 이긴다는 의미입니다. 믿음이 인내가 그리고 사랑이 마침내는 승리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스스로 ‘악게’ 라고 자책하며 오늘도 조용히 교회를 지키는 수많은 작은 교회의 동역 자님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