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에서 순례자로” (요약본)

소악교회 앞마당. 12사도 이야기와 문준경 전도사의 이야기를 담은 예쁜 정원으로 꾸몄다.  

 

문준경 전도사와 소악교회
소악교회는 섬 주민 10가구에 인구 18명의 작은 섬 ‘소악도’에 자리하고 있다.

문준경 전도사가 개척한 증도면에 세워진 11개의 교회 중에서 가장 오지에 있는 막내 교회다. 나는 섬마을의 어머니가 된 문준경 전도사의 영적 유산을 알리기 위해 2005년부터 순교 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230여 회 증도를 오갔으며, 「천국의 섬」「문준경에게 인생의 길을 묻다」 등의 책으로 소개하고 다큐멘터리 영상과 CBS드라마 ‘시루 섬’을 제작에 참여했고, ‘노둣길의 노래’, ‘고무신의 노래’ 등의 연극공연을 올리면서 문준경 전도사에 대해 제일 많이 안다고 자부해 왔었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문준경 전도사의 숨결이 오롯이 남아있는 소악교회로 부임하여 1년 6개월의 목회 활동을 하면서 이제야 조금이나마 문준경 전도사의 기독교적 순교 영성과 큰 뜻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종교인의 전도와 어울림 ‘12사도 순례길’은 이낙연 전 총리가 전남도지사였을 때, 작은 섬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행 관광테마 사업으로 ‘가고 싶은 섬’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된 사업이었다. 기점·소악도의 12사도 순례길은 종교를 초월해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다.

소악교회는 순례자들이 숙박하며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자랑께’, 누구나 차 한잔하며 쉴 수 있는 순례자 카페 ‘쉬랑께’를 기부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8명 정도의 천도교인들이 12사도 순례길에 왔다가 ‘쉬랑께’로 들어왔다. 그들은 “목사님, 소악도엘 어떻게 오게 됐어요?” 물었다.

문준경 전도사와 금강산 순례길 등에서 체험한 하나님의 기적이 나를 소악교회로 이끌었다고 진솔하게 얘기했다.

대화가 끝나자 일행 중 한 사람이 자기는 청년기까지 교회 다니다 교회를 떠나 여기저기 다른 종교를 배회하다 천도교에 입문한 지 3년이라고 했다. 다음 주부터 소악교회에 나오겠다고 했고, 1년째 2~3시간 거리를 차 타고 배 타고 예배드리러 오고 있다. 할렐루야!

소악교회 부임해서 3개월이 지났을 무렵, 12사도 순례길 조성사업 마무리단계 중 상수도 공사 팀이 들어왔다. 교회 앞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반장은 15년 차 남묘호렌게쿄의 전국 남신도 회장이었다.

나를 지켜보니 그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무언가가 채워질 거 같다며 그날로 성경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하고, 3개월간 매주 수요일마다 성경을 배우며 복음의 진리를 깨닫더니 작업이 끝난 지금은 광주에서 아내와 함께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또 어느 날은 지리산 가수로 활동하는 원불교인이 템플스테이 강사와 12사도 순례길에 왔다가 순례자의 집 “자랑께”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들이 자랑께에 들어가 쉬면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데 밖에서 들으니 그 소리가 좋아 예배시간에 특송을 부탁했다.

나는 의도를 가지고 ‘내가 주를 처음 만난 날’과 ‘주여 우리의 죄를’ 이렇게 두 곡을 선곡해 주었으며, 그들은 처음 부르는 노래라며 토요일 내내 쉬지 않고 찬양 연습을 하였다. 다음날, 그들이 기타와 명상훈련 도구인 싱잉 볼에 맞춰 찬양하는데 그들과 성도들 모두 감동으로 눈물을 흘렸다.

12사도 순례길이 생긴 후 소악교회에 생겨난 새로운 풍경 중의 하나는 타 종교인들이 방문하여 함께 예배를 드리는 일이다. 소악교회가 많은 이들에게 울타리 없는 쉼터와 우물가로 기억되고, 교회에 대한 반감이 없어진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장로와 목사의 버스킹 공연 10명도 안 되는 우리 소악교회 에 유일한 장로님 한 분이 있다.  7년 전 KBS 인간극장 5부작 ‘섬 소년’에 아들과 함께 출연했던 주인공이다. 노래 솜씨가 보통을 넘기에 이곳 순례객들을 위한 버스킹 공연을 하자고 제안을 했더니 장로님은 흔쾌히 수락했다.

12사도 첫 번째 코스인 ‘베드로의 집’에서 다윗과 요나단의 ‘친구의 고백’과 시와 그림의 ‘항해자’를 부르며 유튜브 촬영을 하기도 했다. CBS국장이 찾아와 목사와 장로가 함께 버스킹 공연을 하는 자체가 한국교회에 주는 신선한 울림이라며 칭찬을 했고, 내게는 목회하면서 늘 꿈꾸었던 목사와 장로의 아름다운 연합, 교회공동체가 이루어지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소악교회 앞마당. 12사도 이야기와 문준경 전도사의 이야기를 담은 예쁜 정원으로 꾸몄다. 
소악교회 앞마당. 12사도 이야기와 문준경 전도사의 이야기를 담은 예쁜 정원으로 꾸몄다. 

 

순례자 정원을 가꾸는 낙원의 정원사 소악교회 앞마당에 순례자들이 평안과 고요를 느끼는 쉼의 공간이 되는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12사도 이야기와 문준경 전도사의 이야기를 담는 예쁜 정원을 위해 후원과 섬김을 아끼지 않았다.

목포대학교 교수신우회와 학교법인 문태학원이 선뜻 기금을 내주었고, 연극배우 윤석화는 배롱나무를 기증하는 등 많은 지인, SNS의 친구들이 흙 한 삽, 나무 한 그루를 보태며 순례자의 집 정원사가 되어 주었다. 마침내 지난 5월 18일 주일, 250평 정도의 ‘순례자 정원’의 기념비 제막식을 했다. 입구에는 소악교회 모든 성도 7명의 마음을 모아 세운 문준경 전도사의 고무신 행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소악교회 부임한 지 1년 6개월이란 시간을 하루도 쉼 없이 달려왔다. “방랑자에서 순례자로” 우리 교회의 표어이자 소악도 12사도 순례길의 방향이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쉬며 내면의 숨겨진 꿈을 발견하고 그 소중한 꿈 안에 하나님의 사랑도 조금은 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소악교회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다. (요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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