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축복하며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라면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카인의 후예인 인간의 마음은 온갖 악한 것들로 가득차 있어서 미움과 질투, 과욕과 이기심 같은 악한 행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나타나지만, 사랑과 용서, 배려와 이타적인 선한 행실은 가르치고 배워야만 드러나는 덕목이다.

또한 부모의 훈육을 거부하거나 패륜적 행동을  하는 자녀를 대하는 태도는 모성과 부성이 다르다. 모성은 본능적이기에 성공한 자식이나 실패한 자식, 조금 부족하거나 패륜적 자녀들에게도 모성은 동일하게 반응하지만, 부성은 옳고 그름과 논리와 이성적 선택을 통해서 그들을 판단한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는  아버지 야곱이 자녀들에게 축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들 요셉이 애굽(이집트)의 총리가 된 덕분에 이스라엘에 있던 식구들을 데리고 애굽으로 이주한 지 17년,  세상을 작별하는 야곱은 12명의 아들을 불러모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축복하며 고별기도를 드린다.

큰아들 르우벤,  너는 내 힘이고 내 사내다움의 첫 번째 증거, 너는 영예도 절정, 힘도 절정이지만 더 정상에는 오르지 못할 것이다. 스불론, 너는 바닷가에 자리 잡고 살며 배들의 안전한 항구가 되고, 영토는 새 돈과 맞닿는 곳까지 이를 것이다.

요셉 너는 담장 너머로 뻗은 가지다. 너는 하늘의 복과 아래에는 깊은 샘의 복, 젖먹이는 복, 태의 복을 누리겠다. 야곱은 12명 아들들을 각 사람의 분량대로 축복했고 그들은 이스라엘의 12지파로 굳건히 세워져 간다.

박경리의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은 3대를 거쳐 몰락하는 어떤 가정의 슬픈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있다.

통영이라는 항구, 삶의 부침이 있는 있는 그곳에서 한의원을 하는 큰아버지 봉제의 밑에서 자란 성수는 큰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업을 물려받게 되었으나 신약이 공급되어 경영이 어려워지자 생업을 접고 어장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그를 김약국이라 불렀다. 그는 모진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내 한실댁과의 사이에 딸 다섯을 두었다.

한실댁은 든든한 딸 다섯을 바라보며 여느 집 엄마처럼 축복하는 마음으로 소원한다. 그러나 큰딸 용숙은 일찌기 홀로 되었는데, 아들을 치료하던 의사와의 사이에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기를 죽이게 되므로 범죄자가 된다.

둘째 용빈은 서울서 공부하고 교원이 되는데 어릴 때 사귀었던 남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까닭에 혼자 살아가게 되었다.

셋째 용란은 자신의 집에서 머슴으로 살았던 한돌과 정을 통한 탓에 아편장이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그 후 여러 가지 사건으로 용란의 남편에게 엄마가 죽게 되고 자신은 미치광이가 된다.

넷째 용옥은 어장책임자 기두에게 시집을 가지만 남편과 별거하게 되고 후에 부산으로 향하다 배가 침몰해 어린 자식과 함께 죽음을 맞는다.

계속되는 딸들의 불행과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충격으로 김약국은 결국 위암으로 사망하고 둘째 용민은 서울에서 내려와 집을 정리하고 용숙에게 용란을 맡기고 용혜를 데리고 서울로 떠난다.

지방의 유력한 가정이 몰락해가는 가운데 욕망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를 통해 남은 자녀들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삶의 외경, 피는 물보다 진한 자매애, 파노라마 같은 삶의 위대함을 작가는 그려냈다.

삶이 처음부터 행복하고 끝까지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 자녀를 향한 부모의 바람과 기도가 온전히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삶이 아름다운 것은 도전과 응전, 삶의 부침과 치열한 싸움 가운데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인생의 위대함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모성의 끝없는 사랑, 우뚝 서 있는 부성, 형제애와 자매애 그리고 이웃사랑이 함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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