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카자흐스탄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친구의 권유로 '용인생명의 전화' 단체에서 떠나는 봉사팀에 자원하여 합류했다.

의사들과 간호사, 사회복지사, 목사, 행정과 보조팀원으로 구성된 20여 명이 준비모임을 여러차례 가진 후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알마티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사용할현지교회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다. 다음 날, 봉사할 마을을 방문하여 그곳 교회를 진료 장소로 사용해 진료를 시작했다.

미리 동네마다 광고를 한 터라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본당의 의자를 한 곳으로 밀어 쌓아두고, 팀별로 나누어 본격적으로 진료를 했다.

3일 동안 많은 사람이 찾아 무료진료를 받았다. 매우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의료봉사대의 진료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날 하루는 시간을 내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찾아본 곳은 1937년 옛소련의 정책에 의해 극동지역 고려인을 카자흐스탄에 강제로 이주 시켜 정착하게 한 고려인 옛 삶의 터전과 고려인 선조가 묻힌 묘역이었다.

17만 명이나 되는 고려인들이 주로 카자흐스탄(9만5천)과 우즈베키스탄(7만4천)에 강제 이주당했다고 한다. 초기에 이곳에 정착할 때 사연은 참으로 눈물겨운 역사였다.

선조들은 토굴을 이용하여 움막을 짓고 추운 겨울을 나야 했다. 그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환대문화 덕분에 양식으로 수백 마리의 소와 양식 얻었고 씨앗도 무상으로 얻어 농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려인들은 소금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다. 그런 기술을 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차츰 그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잘 정착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사회 주류가 되어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살아왔던 환대문화의 덕을 크게 보았던 것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240만 명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약 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본다.

한국사회 미래는 이민정책을 세워 노동력을 이주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미 단일문화를 넘어서서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의 필연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외국인노동자들과 이주민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또한 3만여 명에 달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직도 사회적 차별이 심하다.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노동 현장에서 숙련공이 되어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또 그들의 가족들을 불러들여 이곳에 정착하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기관에서 탈락하는 아이들이 갈수록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문화 국제대안학교들이 세워졌지만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이민자들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미래산업 생산구조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저들을 잘 육성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저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환대문화를 회복하자. 옛 조상들이 남겨준 환대문화의 정신을 회복하자. 그들과 동일한 선진국 국민의 권리를 나누어 가지자.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환대문화가 고려인의 생존을 도운 사실을 기억하자.

환대문화로부터 세계시민의식도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다. 교회가 이 사각지대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지금 저들의 신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들의 필요를 생각해보자. 그들의 교육환경을 돌아보자. 작은 자(나그네) 하나에게 물 한 잔 대접한 것도 그 상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다시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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