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도에 기초한 미래형 교회  

지난 글에서 필자는 미래 교회에 대한 전망과 함께 세 가지 교회 유형을 언급했다.

첫 번째는 프로그램형 모델로서 사역의 초점이 제도와 건물, 주일 중심으로 운영 되는 유형이었다. 두 번째는 가정교회 모델로 의도적으로 더 작고 유기적인 사역을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이 두 모델에 대해 맨시니와 하트만은 전자는 ‘제자 훈련 없는 조직’으로 후자는 ‘조직 없는 제자 훈련’이라고 평가하며 대안으로서 ‘조직화한 제자 만들기’ 유형을 소개했다. 의심할 바 없이 오늘날 교회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변혁을 요청받고 있다.

수십 년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던 조직 구조와 사역 형태에 대한 재형성이 필요하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이러한 충격이 현실 속 깊이 파고들 것이다.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고 성도들의 생활과 의식 또한 훨씬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바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미래 시대를 예단하고 준비할 수 있는 충격이자 기회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와 함께 이미 와버린 미래 속에서 교회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각된 사실이 있다. 미래는 ‘교회가 교회다워질 때’에만 희망이 있다는 자각이었다.

물론 이 명제는 전혀 새롭지 않은, 그러나 현실 교회가 실행하기엔 여전히 어렵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교회마다 이해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또 다른 난관이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성공이라는 시대적 지표 대신 주님께서 의도하셨고 설계하셨던 원래의 계획, 즉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조직되었고 그 사명을 이뤄가는 일에 헌신할 수 있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

조직화한 제자 만들기라는 미래형 교회는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어떻게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존재하고 그 운동(movement)에 참여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 사명을 실현할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나온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시카고에서 사역하며 New Thing Network를 이끄는 데이브 퍼거슨(Dave Ferguson)은 하나님 나라 운동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고 가르친다: 1) 선교적 제자 만들기(making missional disciples), 2) 재생산과 교회 증식(reproducing disciples and multiplying churches), 3) 선교적 운동(missional movement). 가장 먼저는 제자 훈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사실 교회가 실시하는 대부분의 교육과 프로그램들은 제자 훈련과 연관이 있다. 사실상 누군가 교회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그 순간부터 여러 단계의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제자를 만들진 못한다. 오히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교회는 제자훈련에 대한 심각한 비판과 도전 앞에 놓여 있다.

진정한 제자 만들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제자’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방향이 정립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것처럼 삶을 통한 제자도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스도를 닮고 그와 같이 사는 라이프 스타일이 형성되어야 한다.

둘째는 재생산과 교회 증식을 위한 사역에 동참하는 일이다. 하나님 나라 운동은 제자가 제자를 낳고 교회가 교회를 낳을 때 발생한다.

현대 교회가 잃어버린 제자화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성도는 많다. 그러나 잃어버린 영혼을 찾고 그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 그들이 또 다른 제자를 만들 수 있도록 살아가는 성도는 많지 않다. 교회 증식 운동도 마찬가지다.

개 교회의 확장을 위한 교회 개척이 아니라 잃어버린 영혼을 위해 나아가는 젊고 역동적인 교회를 세우는 개척 운동이 이어져야 한다. 제자가 제자를 낳고 교회가 교회를 낳는 헌신과 열정이 있을 때 교회는 새로워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교회가 하나님 나라 운동에 참여하고 선교적 운동을 낳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의 문화는 우리보다 앞서 행하시는 그분의 선교에 참여할 때 형성된다.

제자는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복음을 품고 세상 속에서 분투하며 살 때 제자가 된다. 그리고 교회는 이러한 제자들로 인해  진정한 교회가 된다. 하나님 나라에 헌신하는 만큼 교회는 더 교회다워진다. 그것이 교회됨의 역학이고 생명의 근원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이 잣대를 사용하기 바란다. 복음을 위해 존재하고 복음을 위해 살아가는 성도와 교회가 되는 꿈, 그 운동에 참여하며 이끌어 가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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