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틱 스페이스’ 주제로 독특한 이미지 눈길
시각 · 촉각적 감각 특징 회화 · 조각적 방식 혼용

바탕 색감이 환하고 아름답다. 사물의 모양이 뚜렷하지만 추상적인 그림들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김천 조마교회(고성출 목사) 김명실 사모의 개인전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삼청동 갤러리 도스에서 열렸다.

‘햅틱 스페이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는 김명실 사모의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 박사학위 청구전이다. 김 사모는 상호 공간적 배치에 관한 햅틱 회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추상적이면서 구상적인,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익숙하면서 낯선, 정적이면서 동적인, 명료하면서도 애매한, 시각적이면서 촉각적인 감각 세계를 드러내는 ‘햅틱 공간’이다. ‘햅틱’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미술사학자 리에글(1858~1905)이다.

그는 우리의 눈이 촉각적 지각과 시각적 지각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장 적합한 용어가 그리스어의 ‘햅토(hapto)’인데 이것은 단순히 ‘본다’라는 시각적인 기능만이 아니라 ‘만지다’라는 촉각적인 기능까지 의미하는 동사다.  

김 사모는 이러한 햅틱 회화를 위해 각 작품은 회화적(그리기)이면서 조각적(질료를 붙이고 긁어내기)인 방식을 혼용했다. 쉽게 눈에 들어오면서도 추상적인 김 사모의 작품들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오늘날의 현대인은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여기며 더 많은 물질을 추구하려 합니다. 눈에 보이는 물신의 세계에 있어 가장 이질적인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일 겁니다. 저는 존재 탐구에 있어 눈에 보이는 세계가 결코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열린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봅니다.”

크리스천 작가이자 사모로서, 일부러 기독교적 색채를 담으려 애쓴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복음적 내용이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셈이다.

김 사모의 개인전은 2012년 ‘비전(vision)’이란 주제로 처음 열렸고 이번이 여덟 번째다. 단체전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30회가 넘을 정도로 신진작가를 넘어 어느덧 중견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만큼 김 사모의 작품들은 추상적이면서 대중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늘 주목을 받아왔다.

2012년에는 이랜드문화재단 3기 선정작가로 뽑혔고 지난해에는 인카네이션 문화예술재단 예술장학금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들은 이랜드스페이스, 양평군립미술관, 하워드존슨 호텔, 서울동부지방법원, 탐앤탐스, 갤러리 사파 등에 전시되어 있으며 개인 소장도 다수다.  

김 사모의 작가 경력이 10년을 넘었지만 아직도 그녀가 미술작가인 것을 모르는 성도들도 많다. 조마교회에 김 사모의 작품이 걸려있지도 않고 미술작가임을 스스로 드러낸 적도 없다. 그저 조마교회 사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남편 고성출 목사도 아내의 미술 활동을 조용히 내조하고 있다. 자신은 목회 사역에 전념하면서 아내가 계속 좋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도록 기도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김 사모가 걸어갈 길은 아직 멀다. 박사학위 청구전을 마치면 박사학위 논문도 써야 한다. 지금은 ‘햅틱 회화’를 연구 중이지만 과거의 작품세계가 달랐듯 미래의 작품들은 또 어떤 그림이 나올지 김 사모 본인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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