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상캐스터가 날씨를 알리는 중에 “내일은 수은주가 올라가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쓰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온도계를 수은으로 만들어 막대 기둥에 눈금을 해 놓음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수은 기둥이 올라가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인데, 인체에 해로운 수은온도계를 사용치 않음으로 표현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다. 낡은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폐기해야 하는데 교단 헌법에는 여전히 폐기되거나 고쳐야 할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부목사로 목회를 시작하며 지방회에 참석해보니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목회 잘 하고 있는 담임목사들을 “OO교회 치리목사에 OOO 씨”라는 식으로 치리목사로 파송하는 것이었다.

아마 교단 헌법 31조 3항에 있는 “미조직교회는 지방회에서 치리목사를 파송한다”는 조항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회가 있는 교회는 파송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분명하다. 그래서 당회가 없는 교회에서 매년 치리목사로 파송되지 않으려고 위임목사라는 제도를 만들어 “위임목사는 해 지교회에서 정년까지 계속 시무할 것이며, 목사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명시하였다.

목사가 위임식을 함으로 치리목사로 파송받지 못할 불안감은 없어졌지만 정년 전에 사역지를 옮기거나 정년 전에 은퇴하면 교회나 목회자 자신이 불법을 행하는 것이 되니 오히려 법으로 만든 조항 때문이다.

매년 담임목사를 치리목사로 파송하던 형식적인 이 절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는데 법 조항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실 이 법은 모순된 법이다. 이미 31조 1항에서 “지교회는 담임교역자와 성년 10명 이상으로 조직한다”고 하여 이미 교회가 조직이 되었는데 2항에서 당회 구성 여부로 조직교회와 미조직교회로 구분하는 모순을 안고 있으며, 헌법시행세칙8조 2항에 의하면 청빙 받은 목사가 부임하고 절차가 완료되면 지방회장이 (당회 유무와 관계없이) 치리권을 부여한다고 되어 있어 담임목사가 치리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리회를 당회, 지방회, 총회로 한정하여 치리회를 구분하는 자리에 담임목사가 없다는 이유로 치리목사를 파송한다는 조항을 만들어 지금까지 놔두고 있는 것이다.

장로 중심 제도인 장로교단 법을 참고로 한 것인지 모든 법을 당회 중심으로 만들어 당회 허락 또는 승인이나 경유로 일하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헌법 여러 곳에서 당회의 허락을 받아 사무총회도 하고 직원회도 하고, 직원 임명은 물론 동역자인 전도사 청빙도 당회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법으로 놔두었다.

또한 당회 또는 치리목사 허락이라고 하여 당회가 없는 많은 교회 담임목사들이 당회 허락 없이 일하는 불법을 자행하도록 만들고 있다.

당회에 치리권이 있다고 말하고 치리사항이 무엇인지도 말하며 징계는 징계법에 따라서 하되 재판을 통해서 징계하며 당회에 재판위원회를 구성해서 하라고 하는데 재판위원회를 몇 명으로 어떻게 하는지를 명시하지 않아 사사 시대처럼 각기 자기 소견에 좋을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방회 선배 목사님 두 분이 금년에 은퇴하신다.

선배들이 은퇴하면 치리목사 파송을 본 사람이 몇이나 남을까, 미조직교회는 치리목사를 파송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 줄 알까, 사용하지 않는 법들을 지저분한 쓰레기로 후배들에게 남겨줄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만든 세대가 치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단에는 거창하게 ‘헌법연구위원회’라고 만들어 놓고 마음대로 연구할 권한 없이 지방회에서 올라오는 헌법만 연구하도록 해 놓았고, 유권해석하는 일만 하게 해 놓았으니 왜 ‘헌법유권해석위원회’라는 명칭으로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헌법 개정안을 올리는 것은 지방회에서 할 일인데 금년은 코로나로 충분히 토의할 시간이 없어서 내년으로 미루었고, 혹 내 생각이 잘못 된 것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어 몇 자 두서없이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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