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C, 청년 1,050명 설문 인터뷰 등 양적·질적연구
델파이 조사기법 도입 청년·사역자 의견 종합  
교회 문제 인식 차이 커

“위로 받고 싶어서 교회 갔는데, 교회가 위로와 평화를 주지 못해요.” “스펙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데 교회에서 일을 너무 많이 맡겨요.” “교회 안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세상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청년들이 원하는 필요를 교회가 채워주지 못해요.”

한국교회의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10년 후 기독 청년들의 40%가 가나안성도가 될 것이란 통계도 나온 바 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교회 내 다양한 사역들의 연합을 위해 설립된 기독교연구기관 Align Research Center for Christianity(대표 윤은성 목사, 이하 ARCC)는 지난 4월 15일 ‘청년,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란 주제로 유튜브 온라인포럼을 열고 연구결과 및 대안을 제시했다.

ARCC는 지난 6개월 동안 약 1,050여 명의 기독 청년과 청년사역자를 대상으로 인터뷰, 설문조사, 델파이 조사를 실시해 청년이 교회에 나오는 이유와 교회를 옮기거나 신앙을 포기하는 이유를 심층 분석했다.

ARCC 책임연구원 신승범 교수(서울신대)를 비롯해 연구소장 전병철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 이수인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 이종민 교수(총신대), 함영주 교수(총신대), 이현철 교수(고신대) 등 주요 신학대학 기독교교육학과 교수 6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양적연구에서는 전체적으로 교회를 떠나는 주원인으로 목회자의 문제가 지적됐다.

5점 만점에 전체 평균은 3.02점이 나왔으며 교회를 옮길 의향이나 신앙포기 의향, 가나안 청년(신앙은 있으나 교회를 안나가는 청년)은 4점에 가깝게 목회자 문제를 지적했다.

목회자의 언행불일치, 목회자의 설교, 목회자의 상처되는 말 등이 문제로 꼽혔다.

양적연구를 분석한 함영주 교수는 “현재 교회를 잘 다니거나 옮길 의향이 있는 청년, 교회를 안나가는 청년 모두 목회자 문제를 지목했다”며 “강단에서 설교하던 모습과 실제 삶의 모습이 달라서 실망하고 목회자의 말에 상처를 입는 청년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청년부 내의 끼리끼리 문화도 높게 나왔다.(전체 2.79점) 교회 또는 청년부에 처음 나온 청년들이 진입장벽이 높아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헌신을 강요(전체 2.86점), 영적 필요가 채워지지 않음(전체 2.62점), 개인신앙적 문제(전체 2.48점)도 적지 않은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교회 문화(전체 2.27점)와 교회 내 직분자의 모습(2.64점)에 실망했다는 대답도 많았다. 청년부 출석이유는 개인의 영적성장(946명)이 가장 높았고 공동체 내 관계(797명), 소그룹 모임(508명) 등이 꼽혔다.

청년부가 해주어야 할 3가지도 개인의 영적성장(830명), 공동체 내 관계(680명), 소그룹 모임(414명) 순으로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질적연구는 교회를 옮길 의향이 있거나 신앙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 청년, 가나안 청년 20명을 심층 면담하여 이루어졌다. 그 결과는 양적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 신앙의 불확실성과 의문, 영적 탈진과 신앙적 무기력, 배려와 이해 없이 헌신만 강요하는 사역자, 목회자에 대한 실망, 관계형성을 위한 시스템 부족으로 인한 교회 부적응, 위로와 평안을 주지 못하는 교회 분위기, 겉과 속이 다른 어른들의 모습,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는 교회의 모습 등이 문제로 나왔다.

질적연구를 진행한 이현철 교수는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에서 모두 목회자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목회 리더십에 대한 개선방안, 신학 과정의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는 현장성을 살리고자 하는 취지로 델파이 조사 기법을 도입했다. 델파이 조사는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통한 문제해결 및 미래예측을 위한 기법이다.

주최 측은 10년 이상 청년부 사역 경험이 있는 사역자 10명의 의견을 종합하여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가장 높은 점수로 수렴된 의견들은 ‘복음의 본질을 듣지 못함’ ‘교회에서 가르치는 말씀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의 고민과 동떨어짐’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함’ ‘청년들과 그들의 감성에 대한 이해 부족’ ‘교회의 비상식적인 모습’ 등이 꼽혔다.

델파이 조사를 진행한 이수인 교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양적·질적 연구와 사역자 그룹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특이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양적·질적 연구에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목회자와 리더십의 문제(사역자에 대한 실망)’가 청년 사역자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 외 ‘교회 어른들에 대한 실망’ ‘기성세대와의 갈등’ ‘신앙생활의 피로감’ ‘청년부 적응의 어려움’ 등의 의견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양적·질적 연구에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던 ‘과도한 섬김의 강요(헌신만 강요하는 사역자)’가 청년 사역자들에게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청년 사역자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성장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없었다.

‘신앙실천의 문제’도 청년 사역자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으며 코로나19 이후 강조된 언택트 소통이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의견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발표 후 패널토의에서는 조지훈 목사(기쁨이있는교회), 김상현 목사(홍대 움직이는교회), 이현철 교수(고신대), 조성돈 교수(실천신대)가 패널로 참여해 연구 결과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패널들은 양적·질적연구 및 델파이 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현장성을 살린 의미있는 연구결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했다.

조지훈 목사는 “부교역자들이 담임목회자의 일방적인 오더를 받는 교회 구조에서 청년 사역자는 자기 성찰의 여유가 없고 청년들의 고민에 심층적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현 목사는 “교회를 떠난 청년들을 위한 제3의 지대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복음이 무엇인지, 교회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성돈 교수는 “개인주의,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청년들이 공동체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며 “청년 공동체를 위해 교회가 무엇을 채워주고 해줄 수 있는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주최측은 이번 연구결과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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