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만 박사, 신촌포럼에서 삶과 신앙 간증·신학적 고백도

신촌교회는 지난 5월 2일 몰트만 박사 초청 예배 및 간담회를 가졌다.
세계적인 희망의 신학자, 몰트만 박사(튀빙겐대학교 명예교수)는 전쟁이라는 가장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그런 고난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간증했다.
몰트만 박사는 지난 5월 2일 저녁 신촌교회(이정익 목사)에서 신학자가 아닌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간증하고 목사로서 ‘깨어서 기도하라’고 설교도 했다. 수요예배에 앞서 이정익 목사, 강일구 호서대 총장,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 오성현, 오희천 교수(서울신대)등과 신학적 주제로 간담회도 가졌다. 신촌포럼과 함께한 몰트만 박사의 강연은 그의 신앙과 간증은 물론 삶의 경험과 결코 무관하지 않는 신학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절망 속에서 만난 희망
기독교를 믿지 않는 독일의 한 가정에서 태어난 몰트만은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1943년, 2차 대전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당시 ‘젊은 독일군 전사’로 전쟁에 참여한 몰트만은 바로 옆 동료들이 폭탄에 맞아 죽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하나님, 도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저는 왜 죽지 않았습니까?”라고 부르짖었다. 하나님을 향한 그의 절규는 1946년 스코틀랜드 포로수용소에서 영국의 한 군목에게서 성경책을 건내받으며 응답을 받았다. 시편 39편 탄원시와 마가복음을 읽으며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예수님과 자신의 공통된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때 ‘왜 하나님은 우리를 이렇게 버려 두십니까’ 하는 탄원의 시편(39편)을 읽었습니다. 이 구절이 저의 고난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시어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고 질문하시는 마가복음 구절을 읽으면서, 예수의 고난이 저의 고난과 연관돼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삶에 새로운 희망을 찾았고, 포로생활을 하면서 신학에 입문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과 동일한 처지에 있었고 또 그와 더불어서 사귐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런 경험과 믿음이 ‘희망의 신학’을 세상에 나오게 한 것이다. 그는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는 늘 전쟁 포로 당시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의 표현들로 인해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희망의 신학’이 나오게 됐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신학은 신앙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신앙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하고, 신앙의 경험을 통하여 신학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신학의 거장 몰트만 박사의 간증으로 재확인할 수 있었다.

깨어서 기도하라
이어 몰트만 박사는 ‘기도하라, 그리고 깨어있으라(마 26:36-46)’ 는 제목으로 설교에 들어갔다. 그는 “희망의 세계로 내딛기 위해선 깨어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하나님을 바라고 열망해야 한다”면서 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경 전체에서 일관되게 울리는 외침이 바로 ‘깨어서 기도하라! 기도해서 깨어있으라’라는 메시지라고 역설했다.
그는 마태복음 26장 예수님의 겟네마네 기도에서 ‘깨어서 기도한다’는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어둡고 위협적인 뜻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고심 끝에 “나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게 하옵소서!” 하고 결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자들은 아무도 예수님과 함께 깨어있지 못하고 깊은 잠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실한 제자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예수님을 쫓았지만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만 슬픔의 잠에 빠져들었다”면서 현대인이 무지와 불안의 문제에 잠들어 있음을 지적했다. 하나님께서 가까이 계신다는 행복한 경험이 이제는 하나님께서 멀리 떨어져 계신다는 생각이 들 때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눈을 뜨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려하지 않고, 감각도 희망도 마비된다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제자들의 모든 감각을 얼어붙게 만드는 잠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핵전쟁과 기후변화의 위험 앞에서 영혼의 마비증세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깨어 있음을 통해서 위험을 발견하게 되고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우리가 예수님과 더불어 기도하고 있다면, 얼어붙었던 우리의 가슴이 깨어나고 눈과 귀가 열려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이 우리를 사로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도 속에서 세상 향해 깨어난다
몰트만 박사는 “기도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향해서 깨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도를 통해 세상의 높이와 깊이가 드러나고 그때에 가난한 사람들의 궁핍함을 보게 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피조물들의 신음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기도는 하나님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마의 카타콤에서 기도했던 초대교인들이 팔을 뻗거나 얼굴을 들고 눈을 활짝 뜬 채, 뛰어갈 것 같은 자세로 기도한 것은 기도가 고요한 명상이 아니라 ‘기다림과 기대’였다고 설명했다. 깨어서 기도하는 것이 미래의 서광을 밝게 하고 현존하는 하나님을 기대하는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진리로 영향력을 확대하라
예배에 앞서 열린 신학자와 목회자와의 간담회에서 몰트만 박사는 “진리로 접근하면 희망이 있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한국 기독교정당의 현실 정치참여에 대해 몰트만 박사는 “한국 교회가 분명한 어떤 진리의 문제를 가지고서 접근을 해 나가고 진리를 이야기 해나간다는 차원에서 접근을 해나갈 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생태계 위기에서 대해서도 “자연 현상에서 본다면 아주 절망이지만 하나님의 은총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몰트만 박사는 또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아랍의 혁명처럼 북한도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과 같은 것을 통하여서 정보가 전달되어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가 예언컨대 북한도 곧 해방되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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