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한 긴 장례는 하지 마십시오. 긴 조사도 하지 마십시오. 내가 노벨상 수상자인 것과 또 많은 상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도 밝히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틴 루서 킹은 타인을 위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려 했으며, 전쟁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취했으며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기 위해 애썼으며, 인간다움을 지키고 사랑하기 위해 몸 바쳤다는 것이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 앞의 글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하기 꼭 두 달 전(1968년 2월 4일) 그의 고향 교회에서 증언한 ‘나는 정의를 위한 드럼 메이저(Drum Major)’라는 설교의 한 부분이다. 마치 두 달 후에 일어날 자기 죽음을 예견한 듯한 이 설교는 1963년 8월 28일 링컨기념관 앞에 운집한 군중을 휘어잡은 설교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에 버금갈 만큼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 1968년 4월 4일 저녁, 친구 목사의 식사 초대에 응하기 위해 멤피스의 숙소를 나오던 킹 목사는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킹 목사의 죽음이 알려지자 미국 전역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125개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46명이 죽었으며 2만1,000여 명이 체포당했다. ‘나는 나의 네 아이가 피부색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인격에 의해 가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나라에서 살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킹 목사의 설교가 한 순간에 무색해져 버리는 사태였다.

▨…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흑인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오늘의 미국 사회를 킹 목사가 본다면 무엇이라고 말할까? 피부색에 의한 인종차별은 사라졌다고, 나의 꿈은 이뤄졌다고 환호할까. 미주성결교회 총회장 김동욱 목사는 지난 4월 3일 자 한국성결신문에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범죄는 멈추어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19의 영향 탓으로 아시아인을 향한 미국 내의 혐오 범죄 증가를 염려하는 내용이었다 .

▨…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라는 우리 속담을 저들에게만 적용한다면 너무 뻔뻔한 것 아닐까. 우리 동포가 미국에서, 일본에서, 중국에서 차별당하는 것에 분노하는 그 만큼, 이 땅의 외국인들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 7현 중의 하나인 솔론(B.C638~558)이 말했다.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하는 사회에서 비로소 정의는 실현된다.” 오늘의 성결인 목사도 같은 말을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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