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예상 밖으로 장기화되면서 세계교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교회는 예배 모임이 언제쯤 활성화될지 앞을 내다볼 수 없고,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교회가 불신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모이지 않는 예배를 경험하면서 교회는 신앙공동체의 온기를 상당 기간 유보해야 하는 처지에 있고, 그에 반비례해 사회의 걱정거리로 대두된 측면이 강하다. 역사적으로도 이번처럼 교회가 사회 안전에 대한 깊은 책무를 지녀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에 직면한 적도 일찍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커다란 어려움 속에서 한국교회가 보여준 인내와 책임감과 희생의 순기능은 앞으로 세계에 한국교회의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K-church’(한국교회)의 시대를 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인다.

현재 K-pop(한국가요), K-drama(한국드라마), K-movie(한국영화), K-food(한국음식) 등 K-culture(한국의 문화)가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앞으로는 한국교회 역시 세계교회에 새로운 모델 혹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세계 거의 많은 교회들이 폐쇄상태에 있거나 아니면 방역당국과 심각한 대립상황에 있다.

세계 곳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선교사들이나 언론사 해외특파원들의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한국교회만큼 정부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감당하고 있는 곳은 없다.

비대면예배나 소규모모임, 회의, 찬양연습, 성경학교 개설 등 모이지 않고도 가능한 온라인사역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도 단연 한국교회가 으뜸이다.

물론 신천지와 같이 주요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곳을 제외하더라도, 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매개가 됨으로써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이 신앙공동체의 예배와 복음 전파에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방역 당국과 유기적인 협조 관계를 지속하며 본연의 할 일을 십분 해내고 있는 한국교회의 저력은 교회사적으로도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좌석 수 20% 이내 제한 입장, 혹은 예배위원 20명 이내로 제한, 식사 금지 등 교회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방역수칙을 대부분의 교회들이 장기간 마찰 없이 준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와 교회의 수준이 높은 것이라고 봐야 마땅하다.

국가가 교회의 관할권을 갖고 있는가, 관할권을 위반할 경우 저항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정부의 규제가 위헌은 아닌가 등의 마찰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팬데믹이라는 사회의 위기 속에서 교회가 보여주는 성숙도라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자구노력에 실패한 나라의 교회들은 현재 대부분 심각한 폐쇄 상태에 있다. 미국은 주마다 정치 성향과 기독교에 대한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다르다.

그중 진보주의적 색채가 강한 캘리포니아는 주 58개 카운티 중 절반 이상의 교회가 폐쇄된 상황이다. 유럽에서도 한국교회처럼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류 문화는 독자적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한 나라의 잠재력이 자연스럽게 솟구치고 있는 특징적인 문화현상이다.

가요나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시작해 고급문화와 정신사의 전 분야로 확산해가는 K-컬쳐는 이제 교회사적으로도 한국교회의 역량을 자랑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교회 출입 시 세정제로 손 소독을 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며,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고, 예배실에서는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정해진 자리에 앉는 아름다운 질서는 세계 두 번째라는 선교강국의 이미지에 이어 사회의 환난극복을 위해 앞장서는 구별된 크리스천의 행동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된 이후에 등장할 후세대들은 한국의 선배 크리스천들이 보여준 실천적 노력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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