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기도시간에?

            홍성철 박사

유대인이 매일 세 번씩 기도하는 습관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니엘도 하루에 세 번씩 기도했고(단 6:10), 다윗은 그 기도의 시간도 알려주었다.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내가 근심하여 탄식하리니 여호와께서 내 소리를 들으시리로다”(시 55:17)  

유대인의 기도 중 저녁과 아침에 하는 기도는 번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나님은 제사장의 임무 중 하나가 매일 번제물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네가 제단 위에 드릴 것은 이러하니라; 매일 일 년 된 어린 양 두 마리니, 한 어린 양은 아침에 드리고 한 어린 양은 저녁 때에 드릴지라.”(출 29:38-39).

이렇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드리는 번제물을 상번제라고 하는데, 상은 ‘항상,’ ‘늘’의 뜻을 지닌 한자이다.(민 28:3, 6)

제사장이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하나님에게 상번제를 드릴 때, 하나님은 그들에게 임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이 ‘상번제’는 너희가 대대로 여호와 앞 회막 문에서 늘 드릴 번제라; 내가 거기서 너희와 만나고 네게 말하리라”(출 29:42)  

그러나 성전이 파괴된 후부터 유대인은 상번제를 포함해서 어떤 제물도 드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유대인은 상번제를 드리는 시간에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번제를 드리던 그 시간에, 다시 말해서 유대인이 기도하는 시간에 성령이 강림하셨다.

의사인 누가는 그 시간을 이렇게 명기했다. “때가 제삼 시니 너희 생각과 같이 이 사람들이 취한 것이 아니라”(행 2:15)

그렇다! 성령이 강림한 시간은 삼 시였는데, 그 시간은 아침 9시로 유대인이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었다.

구약시대에는 시간개념이 뚜렷하지 않아서 그냥 ‘저녁과 아침과 정오’로 표시했는데, 신약시대에는 분명해졌다. 그러니까 유대인의 기도시간은 오전 9시, 12시, 오후 3시였다.

누가는 사도들이 기도하러 성전으로 올라간 시간도 이렇게 명기했다. “제구 시 기도시간에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에 올라갈새”(행 3:1)

이 말씀에서 제구 시는 오후 3시를 가리킨다.  

사복음서의 저자들은 이런 유대인의 기도시간을 염두에 둔 듯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시간도 분명히 밝혔는데, 그 시간은 제삼 시, 곧 오전 9시였다.

“때가 제삼 시가 되어 십자가에 못 박으니라”(막 15:25) 그렇다! 그분은 금요일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그때는 유대인이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을 마태는 이렇게 묘사했다. “제육 시로부터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 시까지 계속되더니, 제구 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마 27:45~46).

그분은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세 시간 후인 12시에 어두움이 온 세상에 임했다. 그때도 유대인이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그 어두움이 세 시간 후, 곧 오후 3시에 걷히자 그분은 마지막 기도를 하신 후 운명하셨다. 그 시간도 역시 유대인이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처절한 예수님의 죽음은 상번제에 죽은 어린 양을 상기시키고도 남는다. 상번제로 어린 양 두 마리가 번제물로 죽었는데, 한 마리는 오전이었고 또 한 마리는 저녁이었다.

양 한 마리가 번제물로 죽은 아침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셨고, 또 다른 양이 죽은 저녁에 예수님은 죽으셨다.

그 어린 양들처럼 예수님도 어린 양으로 죽으셨던 것이다(요 1:29, 계 5:7). 그렇게 예수님이 죽으실 때, 하나님은 ‘내가 거기서 너희와 만나고 네게 말하리라’고 약속하신 대로 예수님을 상번제로 받으셨다. 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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