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혔다. 그리고 가시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 위에 씌우고 오른 손에 갈대를 들리더니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조롱하며 “유대인의 왕, 만세!”하고 외쳤다. 그 후 그에게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의 머리를 쳤다. 희롱하기를 끝낸 후에는 홍포를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더니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갔다.(마태복음 27:28~31)

▨… 언어는 그 쓰임에 따라 듣는 사람이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찬사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듣는 이의 가슴을 헤집으며 갈기갈기 찢어 놓는 비수로 변신하기도 한다. 언어의 기능에 익숙해진 인간들은 잘 벼루어진 칼날에 독을 묻혀 일침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비법까지 사용하기를 서슴치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선거판이 갈수록 살벌해지는 이유가 정문일침을 목표하기 때문아니겠는가.

▨… 학식과 명망을 갖춘 유대인 종교지도자들의 리더십 탓이었을까. 예수님을 향한 조롱의 언어들은 잘 벼루어진 비수처럼 예수님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기에 부족함이 없는 낱말들이었다. 성전, 구원, 하나님의 아들, 아버지 같은 은혜와 축복의 언어들이 조롱의 언어로 쓰일 수도 있는 언어의 도치법을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은 제대로 구사하는 기교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의도대로 십자가는 골고다에서 패배의 상징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 아르마 크리스티(Arma Christi)는 기독교 미술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에 사용되어진 수난 도구(형구, instrument of the Passion)들을 말한다. 십자가, 망치, 쇠못, 긴 창, 채찍 등을 가리킨다. 무엇이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에서 예수님을 가장 힘들게 했을까. 가장 뼈아프게 했을까. 쇳조각이 달린 채찍이었을까. 양손과 발에 박힌 쇠못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하나님을 등지는 자들의 언어의 폭력이 아르마 크리스티가 되고 있고, 될 수 있음을 역사는 간과하고 있었다.

▨… 언어의 위력에 익숙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헤집어 놓기 위해서는 어떤 말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어떤 단어가 그 가슴에 가시박혀 오래오래 아프게할까를 계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저들의 그러한 계산을 한마디로 지우셨다.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조롱하는 자들은 아르마 크리스티로서의 언어의 효용성을 계산했지만 예수님의 한마디 말씀이 그것을 지워버렸다. 그 결과 영원한 패배는 조롱자들의 몫이 되었다. 십자가는 사랑의 승리자를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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