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목사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무사히 끝났다. 긴장 속에 가슴을 조이며 지켜보던 미국 국민과 전 세계가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주 방위군 2만5,000명의 철통같은 경비를 세우고 겨우 치러졌으니 그럴 만도하다. 

선서와 취임사를 하는 조 바이든의 얼굴은 구름에 살짝 가려진 태양처럼 밝음과 어두움이 섞여있는 듯했다. 피로의 빛이 역력함도 보였다.

조 바이든의 당선이 확실시된 후에도 전임 대통령이 한동안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몽니를 부려 밤잠인들 제대로 잤을 리 없다.

취임식을 기다리는 2개월 반 동안 입이 마르고 속이 타들어가는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느라 그의 진액이 다 말랐을 터다. 

상식과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고 편견과 편 가르기로 선동 정치를 일삼는 지도자가 지구상에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얼굴은 나무의 목리문(木理紋)과도 같다. 생존 햇수만큼 나무의 결이 새겨지듯 험난한 인생살이가 나이테처럼 사람 얼굴에 그려지기 마련이다. 바이든의 얼굴에 묻은 피곤과 어두움은 그가 살아온 고난과 역경의 세월이 만들어낸 나이테 일수도 있다.  

그는 대통령 도전 삼수 만에 뜻을 이루었다. 일찍부터 대통령을 꿈꾸었지만 두 번이나 쓰라린 아픔을 안고 후보 경선에서 물러서야했다. 그의 가족사에서도 지울 수 없는 아픔들이 많았다. 첫 번째 아내와 장녀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장남 또한 병으로 앞세우는 아픔을 겪었다. 

거듭된 좌절의 상처와 사별의 슬픔을 견뎌내기가 매우 힘들었을 조 바이든은 어렸을 때 말더듬 증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했었다. 이 모든 역경과 고난의 흔적이 그의 얼굴에 그늘로 드리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역경과 시련들은 지금의 영광을 반짝반짝 빛내주는 장식품일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그의 가야할 목적지는 아주 멀고 두 어깨는 한 없이 무겁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령인 80세의 노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 인종차별, 기후변화 대응 같은 선결과제 말고도 추락한 세계와의 신뢰관계를 어떻게 복원하느냐가 큰 과제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절차 중단의 행정명령 서명으로 직무를 시작했겠는가 싶다.

미국은 세계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인명피해와 천문학적 금액의 재정을 쏟아 부었다.

그 대가로 획득한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 동안에 형편없이 훼손시키고 자리를 떠났다. 폐허가 된 땅에 다시 집을 세워야하는 조 바이든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힘들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제한된 소규모로 취임식이 운영되었다. 전통대로 성서에 손을 얹고 서약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는 21분 동안 이어졌다. 

미사여구나 국민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감흥을 돋우는 현란한 수식어는 없었다. 다만 그의 취임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실개천 냇물이 스멀스멀 흘러 한 곳에 모이게 해 거대한 강을 이루는 것 같은 환상을 보게 했다. 뜨거운 기운이 국민의 가슴을 흥건히 적시는 치유가 있어 보였다.

취임사에서 ‘하나 된 미국’ 통합을 11회나 언급하면서 링컨 대통령이 1863년 노예해방선언에 서명하고 연설한 내용 중에 ‘내 이름이 역사에 남으면 이 행위를 위한 것이고 내 영혼이 그 안에 있다’ 는 대목을 인용한 것은 그가 ‘하나 된 국가’ 통합을 위해 혼신을 다 할 것을 천명한 것으로 보여 부러웠다. 

조 바이든의 마지막 꿈은 조용히 임기를 채우는 대통령이 아닌 성공한 대통령일 것이다. 그가 취임사에 인용한 “저녁에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시편 30:5) 말씀처럼 국민에게 밤 같은 어둠을 넘어 기쁜 아침을 선물하는,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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