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루터

서울신대 이길용 교수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흔적을 찾아가는 책 「루터」를 발표했다.

저자는 책에서 루터라는 한 개인이 어떻게 중세라는 견고한 벽을 허물고 근대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는지, 그의 주체적 자아의식은 어떤 계기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하나씩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루터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보는 여행길을 추천한다. 

이 교수는 루터가 개혁의 중심부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독일 북동부권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루터가 태어나고 생을 마친 아이슬레벤, 완전한 성서와 처음 마주하게 된 에르푸르트, 수도사의 길을 걷기로 서원한 슈토테른하임, 종교개혁의 도시 비텐베르크, 유폐되어 성서 번역에 매진했던 아이제나흐 등을 직접 밟아보면서 루터의 삶과 종교개혁의 과정, 그가 끝까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알아가자는 의미다. 

저자가 소개하는 길을 함께 걷다 보면 루터가 왜 종교개혁을 꿈꾸게 되었는지, 이를 위해 감당해야 했던 기득권과의 싸움, 혼자가 되어 느꼈던 단절감, 죽는 순간까지 치열하게 전개한 종교개혁 운동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저자는 루터가 활동하던 당시의 중세시대 이야기와 배경도 함께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책 곳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루터의 인간적인 모습들도 실려 있어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변비와 복통으로 고생했던 루터는 ‘변비의 고통’을 ‘사탄의 공격’으로 여겼다고 한다. 이 교수는 “화장실은 루터가 신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우는 최선의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배포가 컸던 루터가 제자들에게 하숙비도 받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하자 아내 카트리나가 식재료를 얻기 위해 정원에 가축을 키우고 몰래 제자들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는 등 내조에 힘썼다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풍운의 개혁가 루터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아내 카트리나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뒷받침 되었다는 것이다.

책 곳곳에 ‘루터의 친필 찬송가’,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시절 루터의 숙소’, ‘루터가 피신처로 삼았던 숙소’ 등의 그림이 게재되어 흥미를 더해준다. 책의 부록으로 루터 사상의 키워드와 루터 생애의 결정적 장면이 실렸으며 루터의 생애를 뒤따라가볼 수 있는 여행 경로도 제시해 주목된다.

이길용 교수는 “어느 때보다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해진 우리 시대에 제도화된 종교를 넘어 초대교회의 영성으로 돌아가자고 외친 루터의 정신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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