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

목회가 요즘처럼 쉽지 않은 적이 드물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예배를 비롯한 목회 활동 전반이 묶여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 대면의 만남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목회 가능성이 열리는 점도 있긴 하다. 

온라인으로 소그룹 모임을 가지면 멀리 사는 사람들이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서 만날 수 있다. 외국에 있는 교인들과도 쉽게 연결된다.

목회자가 여러 모임에 더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도 하다. 교회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온라인 방식의 발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목회는 사람과의 만남이 기본 구조다. 현재의 상황에서 목양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하나님께서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인간 역사를 큰 틀에서 이끌어 가시는 것이 섭리다. 로마서 8장 28절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모든 일에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말씀한다.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다면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코로나 상황에 어떤 뜻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요청을 받고 있는 것인가를 묵상해야 한다. 누가 생각해도 분명한 것은 자기 성찰이다. 특히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는 자기 성찰이 참으로 절실한 과제다. 한국 교회의 상황은 코로나 이전부터 어려웠다.

코로나 상황에서 그 문제점과 민낯이 드러난 것뿐이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살아왔나. 그리스도인이 가진 삶의 방식은 어떠했나.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의 정점에 올랐던 것이 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때 이후로 교회의 규모는 줄고 있었다. 2007년을 앞두고 한국교회 안에는 교회 갱신의 목소리가 높았다.

1907년의 평양대부흥 100주년이 되는 2007년에 한국 교회가 다시 한 번 갱신을 체험하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사만 있었고 진실한 회개와 갱신은 없었다. 2017년은 교회 갱신의 세계적 기회였다.

1517년의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두세 교단 정도와 몇 단체는 여러 해 전부터 아주 진지하게 종교개혁 대희년을 준비했다. 그러나 교계 전체적으로는 500년 만에 돌아오는 이 기회도 기념만 하면서 지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사반세기가 지났다. 그동안 교계 연합기관의 이합집산, 대형교회의 세습, 저명한 교계 인사들의 비윤리적 삶, 교단이나 신학교 내부의 심각한 갈등, 이념을 절대시하는 행태 등으로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은 신앙 윤리는 고사하고 사회 윤리의 기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하락했다. 교회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지금처럼 비판적이었던 때가 없었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매체들의 시각은 교회로서는 거의 절망적이다. 그런 비판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이 그 비판을 반박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 참담하다.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오래된 안전한 길이 있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이천 년 기독교 역사에서 교회가 병약해질 때마다 등장했던 길이라는 것이고, 안전하다는 것은 그 길을 걸음으로써 교회가 다시금 교회다워졌다는 것이다.

이 길은 새 길이기도 하다. 지난 반백년 동안의 한국 교회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면 교회가 진지하게 이 길을 걸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말씀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66권 성경에 목숨을 걸고 집중하는 길이다. 교회가 교회인 것은 말씀이 있어서다. 종교개혁자들의 깨달음이다. 들리는 말씀인 설교와 보이는 말씀인 성례전이 성경적으로 작동돼야 참된 교회다.

교회와 사회의 관계 곧 ‘사회적 신뢰’가 추락한 것은 그 이전에 ‘신앙적 신뢰’ 곧 교회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추락한 결과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근본이다. 이 관계는 유일하고 완성된 하나님의 계시인 66권 성경 말씀을 중심으로 세워진다.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말씀에서 멀어진 것 곧 말씀과 삶의 괴리다. 십년 정도 생사를 걸고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의 내용을 연구하고 묵상하여 인격과 삶이 변해야 한다.

신앙의 정체성이 바로 서야 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말씀과 삶이 어우러지면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제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