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제와 성탄절

       이성훈 목사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 가운데 ‘화목제’라고 하는 제사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제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께 바쳐집니다만, 화목제의 제물만큼은 하나님께 바쳐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으로 가져와 사람들과 나누게 됩니다. 

다른 제사와는 구별되는 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목제를 히브리어로 ‘쉘라밈’이라고 하는데 이는 ‘화평’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샬롬’에서 비롯됩니다. 즉 화목제가 말 그대로 ‘화목’과 관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는 제물의 내장 부위의 기름 덩어리, 두 콩팥, 그리고 간엽(Liver lobe)을 드리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져와 나누게 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제물은 그 일부라 할지라도 이튿날까지 절대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레 7:15) 이는 권고 사항이 아닙니다. 

15절에 보면 “제물을 남겨두지 말라”(히. 로 야니아흐 미메누 아드 보케르)고 한 말씀의 뉴앙스는 “절대로 남겨두지 말라”는 하나님의 매우 엄중한 경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레위기 7장 18절에서는 만일 셋째 날에 제물의 고기를 조금이라도 남겨서 먹는다면 그 제사는 기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죄를 짓는 것이라고까지 말씀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히브리어에서 ‘제사는 기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는 부분이 히브리어로 ‘로 예라쩨 하마크리브’를 번역하였는데, 이는 ‘그 제물을 가져오는자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구절을 NRSV가 “It shall not be acceptable ... to the one who offers it”라고 함으로써 매우 사려 깊게 본문을 읽었음을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판단컨대, 이 말은 단순히 제물이 상하니까 남겨두지 말라는 차원의 내용이 아닙니다.

만일 제물을 남겨둔다면 이는 화목제를 드리는 사람을 하나님이 죄인으로 여기실 것이며, 화목제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한 중대한 죄를 지은 것으로 여기시겠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과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이토록 죄로 여기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화목제물을 남기는 것이 결국에는 화목제의 정신에 위배되는 심각한 죄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소를 화목제로 드릴 경우 하나님과 제사장 몫을 제외한 부분은 대략 소를 한 마리 드릴 경우 장정만 30명 이상 달라붙어서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만일 부위별로 나눈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달라붙어야 먹을 수 있습니다. 한 가정이나 두 가정에서 해결 할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따라서 화목제물을 남겨두지 않고 당일에 처분하기 위해서는 내 가족이나 친한 사람은 물론이요, 옆집과 아랫집의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화목제물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모두 불러야만 겨우 해결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게 제물의 고기와 음식을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원했던 아랫 집 원수와도 화목해지는 길이 열려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화목제물을 남겨둔다는 것은 화목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5장 23절에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형제에게 원망을 들을 만한 일이 있거든 먼저 화목하고 난 후에 예물을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형제와 화목하지 못한 채 화목제물이 되신 예수님을 예배하는 일보다 더 아이러니 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간 세상에 화목제물로 오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2020년은 유달리 우리 민족 안에 반목과 질시가 심했던 한해였습니다.

2020 성탄절 예배를 기점으로 이 민족과 이 땅위에 진정한 화목제물이 되신 예수님으로 인한 평화와 화평이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 그리고 열방에 넘쳐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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