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16:1~2)

교회에 우편물 하나가 왔습니다. 보낸 사람은 울산의 이OO 씨였고, 받는 사람은 ‘내덕성결교회 목사님 귀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수신자가 정해지지 않은 우편물은 빨리 개봉하지 않는 편입니다. 개봉한 후 후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반송할 생각을 하고 조심스럽게 주소 부분이 훼손되지 않게 개봉했습니다.  

우편물은 어느 기도원 원장님의「성역 40주년 선교도서」라고 적혀 있는 책 한 권이었습니다. 무덤덤하게 책장을 넘기는데 몇 번 재사용된 것 같은 흰 봉투가 들어 있었습니다. 봉투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새벽 미명에도 60~64년 전을 뒤돌아보고 사천교회(현 내덕성결교회) 생각이 나서…” 이렇게 시작된 그 편지에는 내덕교회 초창기에 수고하시고 애쓰신 분들의 이름을 기록하셨습니다.   

아마 우리 교회의 초창기 교우였던 것 같습니다. 6.25전쟁 후 전쟁의 상처와 가난을 이겨나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 땅에 세워진 사천교회(현 내덕교회)를 열심을 다해 섬겼기에 인생의 황혼기가 되니 더욱 생각나셨던 것 같습니다.  

바울은 로마서 16장에서 뵈뵈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에 인접한 도시인 겐그레아에서 뵈뵈를 만난 것 같습니다. 바울의 선교사역 중 뵈뵈와 같은 사람은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16장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브리스가, 아굴라, 에배네도, 마리아 등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힘들었지만 맡겨진 사명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참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교회의 예배는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설정에 의해 ‘비대면 예배’ 혹은 ‘현장 예배’라는 처음 정의된 단어를 통해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매 주일에 생기는 돌발상황에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일예배를 드리는 성도님들과 맞게 되는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주에는 70대 후반의 권사님이 교회에서 점심을 준비 안하니 담임목사가 굶을까봐 점심으로 드시라고 쑥개떡을 놓고 가셨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토요일에 순번을 정해서 주일예배를 위한 교회 청소를 합니다. 장로님들은 방역현장요원이 되어서 모든 예배시간 30분전부터 출석하시는 분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코로나19의 백신이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접종이 되고, 백신 치료제로 격리치료 중인 환자들이 치료되고, 방역당국이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코로나19는 역사의 한 줄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교회를 섬긴 성도들의 이름은 바울의 기억 속에 있던 뵈뵈처럼 교회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오늘도 예배의 자리에서 묵묵히 섬기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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