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회복탄력성

       안성우 목사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는 6월 하순, 후배가 무거운 걸음으로 찾아왔습니다. 

“선배님,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을 사람이 막기도 하네요. 저 목회 그만하려고요.” 의연하게 회복 중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한 분은 재무 담당 직원의 금융 조작으로 몇 억원 손실을 봤답니다. 사고를 친 사람이 조카인데 유흥비로 탕진해서 회수할 돈도 없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자니 누님이 걸린답니다.

직장인은 어느 날 권고사직을 받기도 하죠. 사업장의 마이너스가 늘어도 폐업조차 쉽지 않답니다.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웠나니” 시인은 도전을 성장과 성숙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읽었는데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흔들리지 않는 리더는 없습니다. 정도와 내성의 개인차만 있을 뿐입니다. 

성공하는 사람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는 가설, 연구 방법, 학자에 따라 결과도 다양하지만 지금까지 지지를 받은 유의미한 연구사례를 소개합니다. 1950년대 하와이 군도 북서쪽 끝에 위치한 카우아이 섬은 인구 3만명에 불과했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질병 때문에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 정신질환자였어요.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죠.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인간관계와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을 파악하기 위해 1955년에 태어난 833명을 대상으로 어른이 될 때까지 대규모 종단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833명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의 고위험군 가운데 72명을 주목했어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모범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죠.

공통점은 그들 곁에는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습니다. 연구자는 ‘원만한 인간관계’야말로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회복탄력성 지수는 일곱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감정 통제력, 충동 통제력, 낙관성, 원인 분석력, 공감능력, 자기효능감, 적극적 도전성입니다. 회복탄력성 지수가 높을수록 목회나 인생에서 도전, 장애, 실패, 가정불화, 부당한 대우를 딛고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로고스교회 23년간 아프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네 번의 건축과 이전 가운데 시험과 영적인 침체는 반복됐습니다. 베개가 젖도록 울어봤고 초기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았습니다. 혼자라는 느낌은 더 무서웠습니다. 역경과 시련으로 더 강해지지만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리더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합니다.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예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이겨내려면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하는데 개인적인 비결은 첫째, 개척 후 6년간 매주 금요일이면 기도원에 갔습니다. 쉼, 말씀묵상, 기도, 독서와 글쓰기로 버텼습니다. 성령의 임재와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둘째, 사람을 통해 위로를 주셨는데요. 아내는 제가 우울하고 힘들 때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멘토의 사랑과 가르침도 절묘했어요. 성도 중에 천사도 심어 놓으셨습니다.

교회를 개척한 친구들의 공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우고 따르겠다는 후배와 동역자입니다. 셋째, 혼자만의 시간과 건전한 취미활동입니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사고의 전환을 가능케 합니다. 넷째, 하루 열 가지 감사 고백 쓰기였습니다. 감사는 하늘 문을 여는 믿음의 열쇠입니다.  

모든 리더는 눈물의 정량을 채웁니다. 피눈물을 고통이 아닌 성장의 필수 자양분으로 보는 관점의 구원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공평하십니다. 이 고백의 가치를 알면 회복은 어렵지 않습니다. 

도전, 고통, 상실, 아픔을 숨기면 죽습니다. 혼자면 죽습니다. 혼자만 겪는 것처럼 속이는 게 사탄의 역할입니다. 아프다고 말해야 천사들이 움직입니다. 나만이 아닌 누구나의 몫이라고 인정하면 마음이나 대응이 달라집니다.

고통의 정량은 줄지 않지만 회복탄력성의 지수가 높아지면 이겨내기 쉬워집니다. 문제나 상황이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커지는 겁니다. 

일상과 사역의 상처나 도전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자유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도전을 걸어오는 자를 이기려 하면 패자가 되고 사랑하면 승자가 됩니다. 

리더에겐 날마다, 순간마다 회복탄력성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회복탄력성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리더를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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