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으로, 「예수의 생애」로 참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를 집요하게 물었던 엔도 슈사쿠가 노년의 나이에 이르러 짓궂게 또 물었다. 당신은 남의 인생을 가로막은 일이없는가라고. “그때 내가 그 여자(남자)의 길을 가로막았지, 그래서 그녀(그)의 인생행로가 바뀌고 말았어.” 그 사실이 확인될 때면 그분들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파지고 충심에서 하나님을 찾게 되며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엔도 슈사쿠, 예수 지하철을 타다)

▨… 굳이 엔도 슈사쿠의 고백을 곱씹지 않더라도 ‘타인의 인생을 비뚤어지게 한 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내가 목회하는 교회의 성도들이 나 아닌 다른 목회자를 만났더라면이라는 가정 앞에서 나 보다 십자가의 길을 더 잘 보여주고(실천) 가르쳐 줄(말씀 증거) 목회자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목사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아니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만 아닐까.

▨… 밥 딜런은 데뷔 당시에 불렀던 ‘Blowing in the wind’로 반체제적인 반전가수의 이미지를 굳혔다. 후에(1978년) 회심하고 세례를 받아 ‘slow train coming’을 부르며 복음전도자로 활동했지만 그의 팬들은 여전히 반체제적이고 반전적인 이미지에만 환호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혔다. “나는 그분이 나를 부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를 부르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음성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밥 딜런은 그분을 가로막는 존재였던 것이다.

▨… 내가 목회하는(또는 개척한) 교회에 ‘나 아닌 다른 목사’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성결인 목회자 모두가 받아들여도 그래도 여전히 교단내의 재판문제나 가처분 신청 같은 문제는 남아있을까. 우리 성결교회 목회자들은 ‘남의 인생을 가로막는 일’, 그것도 하나님의 뜻 아니냐고 그렇게 반문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다.

▨… 시력을 잃은 윌리엄 부스가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물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주님의 종으로서 변함없이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부스가 조용하게 말했다. “나는 날마다 나의 모든 것은 주님의 것입니다. 마음대로 써주십시오하고 기도했습니다.” 사회법이 아니라 이런 믿음으로 교단이 가처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질문의 대답도 ‘바람만이 아는 대답’(밥 딜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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