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의 관심은 ‘민족’아닌 ‘믿음’… 이방인도 제사에 동등 자격

성서에서 하나님의 백성(본토인)과 이방인(거류민, 나그네 등)을 구분하는 잣대는 민족이나 계층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성’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거류민들도 하나님의 예배공동체의 일원으로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구약학회(회장 정중호 계명대 교수)는 지난 4월 20일 나사렛대학교에서 ‘구약성서와 다문화’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성서가 말하는 다문화에 대한 입장을 조망했다.

오원근 교수(나사렛대학교)는 민수기 15장 연구를 통해 구약의 율법에서 본토인과 게르(이주민)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수기 15장의 율법은 본토인과 게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주어진 새로운 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땅에서 지켜야 할 여호와의 율법은 이스라엘 자손 뿐 아니라, 타국인이나 이방인까지 확장되어야 할 율법을 소개하고 있다(민 15:14)”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그 근거로 이스라엘 백성(본토민)이나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나그네에게도 동등한 제물을 요구한 것을 들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지 못했으면 게르도 정당한 제물을 드려야 했다(민 15:27~29)”면서 “이는 이방인에게도 이스라엘 자손과 같은 동등한 자격과 축복을 주실 것이라고 확언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오 교수는 “하나님의 율법은 본토민과 거류민에게 동시에 적용된다”면서 “다문화에 대한 율법의 관심은 민족에 관한 것이 아니라 회중의 믿음과 거룩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거룩성을 소유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하나님의 백성과 게르를 구분하는 잣대라는 것이다. 민수기 15장은 여호와의 거룩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모든 족속 가운데 하나님의 거룩성을 확장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그는 결론을 맺었다.

구약성서중 나그네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신명기서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도 ‘신명기 개혁운동에서의 나그네 및 약자보호’라는 발제한 한동구 교수(평택대)는 안식일 예배 공동체에서 나그네를 배제하지 말라(신5:14)는 것에서 찾았다. 예배공동체의 참석자를 나그네, 이방인, 남종과 여종, 고아와 과부까지 확대한 것은 계층에 차별 없이 모든 민족이 하나님의 기쁨의 축제와 축복 안으로 이끄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가난한 자를 위한 십일조(신14:28~29; 26:12~13) △신명기의 인도주의적 법에 나타난 사회적 약자보호(신24:6~25:18)등을 제시하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신명기 개혁운동에서 나타난 정신이라고 역설했다.

임봉대 교수(감신대)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환대(Hospitality)’에 대한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비교하면서 다문화 시대 이주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제시했다. 그는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이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받았을 때, 가진 것이 부족했지만 그들에게 음식, 쉴 곳, 물을 제공하는 등 최대한 환대하려 했다고 소개했다. 다문화 가정들을 낯선 이방인으로만 대우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가족으로서 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민정책을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입장에서만 취급하기보다는 손님으로서 가져야 할 환대의 권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창세기 19장의 소돔사람들의 폭력과 사사기 19장의 기브아 사람들의 ‘거주하는 외지인’에 대한 만행 이야기를 통해 본토민들이 외지인을 밀어내고 폭력을 가하는 우리시대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소돔과 고모라, 기브아 처럼 혼탁한 사회일수록 손님을 존중하지 않고 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서를 통해 예시하면서 다문화 가정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레위기의 가족구조’에 대해 발제한 김선종 교수(호신대)는 “레위기가 규정하는 이스라엘의 결혼제도는 제사장을 제외하곤 이방인과 결혼과 접촉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레위기 24:10~23)”는 주장을 폈다. 이스라엘의 가족 구성원에 외국인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 가족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제사제도에서 있어서 “제사공동체가 이스라엘 백성과 거류민으로 구성되어 있음”(레17:8)을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