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건강한 생태계를 만든다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은 미국 최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면적만 8,983㎢에 이르고 1만 피트가 넘는 산봉우리만 45개다. 가히 그 크기와 산세가 주는 경이로움은 놀라울 정도다. 그곳에는 드넓은 초원과 다양한 식물과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1900년대 초 공원 내 포악한 육식 동물이었던 늑대를 제거했다.

포식자가 사라지자 먹이사슬이 무너졌고, 사슴과 같은 초식 동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버려 남는 게 없을 정도였다. 생태계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70년이 지난 1995년 공원은 늑대를 다시 방사했다. 그러자 자연이 회복되는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늑대가 출몰하자 사슴들이 안전을 위해 일부 계곡과 협곡을 피했고, 그곳에 다시 식물과 나무가 자랐다.

황폐했던 계곡 옆으로 숲이 생기자 새들이 찾아왔고 다양한 동식물들이 풍성해졌다. 육지뿐만 아니라 강의 모습도 건강해졌다.

나무가 자라니 침식이 줄어들고, 수로가 좁아지고 웅덩이가 생기며 급류 구간이 늘었다. 야생 동물의 서식지로 알맞게 변화되었다. 동물들을 죽였던 늑대가 생태계를 살린 것이다.  

교회의 역사도 이것을 증거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엄청난 부흥을 경험하고 있었던 예루살렘 교회를 생각해 보자. 하나님은 핍박을 통해 성도들을 흩으셨다.

그 흩어진 성도들이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움으로 복음이 예루살렘과 유다와 사마리아를 넘어 소아시아와 유럽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패턴은 교회 역사 속에서도 반복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한국 교회의 성장은 핍박 속에서 이루어졌다. 중국 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1950년 중국에서는 ‘그리스도인 선언(Christian Manifesto)’이 발표되었다.

중국 정부는 외국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치 교회를 만들겠다는 명목 아래 삼자 교회를 거부하는 모든 목회자와 사역자를 투옥했다. 이때 모든 외국 선교사와 목사들은 본국으로 추방되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살해되었고 끔찍한 고문과 핍박이 이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어진 문화혁명은 그나마 남아있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 종교 지도자까지 씨를 말리려 했다.

‘종교는 아편’이라는 규정 아래 종교 건물들은 모조리 파괴되었다. 성경과 십자가 역시 모두 몰수되어 잿더미가 되었고, 발각된 그리스도인들은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받았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났다. 

1980년대가 되자 중국은 아주 조심스럽게 닫힌 문을 열었다. 당연히 30년간의 철통같은 핍박 속에서 믿음의 불꽃이 살아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교회와 성도가 전멸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곳에는 600만 명에 이르는 그리스도인이 남아 있었다.

1949년 당시 중국 그리스도인 수가 430만명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교회는 핍박의 한 가운데서도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던 것이다.

로잔 운동(Lausanne Movement)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의 기독교는 최소 1억명에서 1억 2000 명 정도까지 성장했다.

앨런 허쉬(Alan Hirsch)는 이 같은 현상을 보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성경을 가진 자가 매우 드물고 전문 성직자도 없고 공적인 지도 시스템도 없으며 중앙 조직도 없고 대형 집회도 없는데, 그런데도 거의 미친 듯이 숫자가 증가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잊혀진 교회의 길, p. 56) 

선교의 역사는 복음이 위기를 통해 확장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 역사 속에서 맞이하게 되는 위기는 교회를 전멸시킬 위험 요소가 아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여전히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고 교회의 본질을 새롭게 하며 선교 사명에 참여시킬 기회가 만난다. 그것이 하나님의 방식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의 교회가 움츠러들었다. 사방이 막혀 보인다. 여러 지표와 세상의 시선, 성도의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러나 참된 지도자라면 역사적 안목을 통해 시대를 분별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거대한 파도가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몰려왔을 때 닻에 몸을 묶고 머무는 행위는 탈출로 이끌지 못한다. 파도를 타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Neil Cole, 파도를 타는 교회, p. 263)

마찬가지로 위기를 불러일으켜 혁신적 변화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붙잡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야성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선봉장이 되시기에 위기의 흐름을 타고 모험으로 나아가는 선교적 백성이 되는 한국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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