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말씀을 대하는 법

윤철원 교수(서울신대)
윤철원 교수(서울신대)

한국교회의 성도라면 으레 말씀묵상에 힘을 쏟고 성경통독에 전념할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성경을 읽는 그리스도인은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만큼 말씀에 생명을 거는 신앙의 열의가 뜨겁다는 말인데, 코로나19의 터널을 통과하는 지금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헌신할 시간이라고 확신한다.

어려운 상황을 한걸음씩 헤쳐 나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을 향한 열심과 믿음의 고양을 바라는 것은 마땅하다. 말씀에 의거한 철저한 체험을 갈망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루크 티모시 존슨(L. T. Johnson)은 “태초에 하나님이 계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나님을 체험하게 되었다. 기독교의 초기에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게 되었다. 그들의 체험은 저항할 수 없는 실재였다”고 말했다.

즉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체험이 너무 강렬해 죽음마저도 그들의 타오르는 열정을 막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했다는 언급이다.

또한 하워드 마샬(I. Howard Marshall)은 “신약성서의 문서들은 단지 가르침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체험에 관한 이야기도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체험을 이해하는 것은 신약 신학이 탐구할 과제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체험을 담고 있는 성경을 읽을 때 그들의 체험이 우리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적확히 제시한 것이다.

현실이 답답하니 신앙의 최고봉으로 꼽을 만한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기(눅 8:15)가 정말 힘들다. 주변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참 많다.

답답하고 어려울수록 성도는 말씀에 일치하는 영성 생활에 매진해야 한다. 성경에 대한 통독(通讀)과 필사(筆寫) 그리고 다양한 수준의 성경공부와 더불어 삶의 현실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언제나 믿음 생활을 구동하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성경을 많이 읽고 필사해도 말씀이 육화되어 삶을 영적으로 갱신시키지 못하면 짐짓 아쉽다. 견고한 신앙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데서 출발한다.(마 13:13; 막 4:12; 눅 8:10) 그래서 말씀을 처음부터 꼼꼼히 읽는 훈련은 누구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드라마바이블’의 활용은 적극 추천할 만하다. 성경은 하나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저자들이 다양한 장르를 활용하여 기록했으므로 문학적 측면을 살피는 것이 관건이다. 은혜로운 독서는 본문의 맥락을 정확히 따라 읽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성경은 수많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야기로서의 특성’을 상실한 채 성경을 읽어온 것이 이전의 습관이었다. TV드라마를 시청하고 그 장면을 반추하는 것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제공하는 임팩트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그렇게 중요한 요소를 망각한 과거를 딛고, 최소한 드라마를 시청하는 자세와 태도만큼의 정성을 기울여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적용한다면 삶의 자리에서 말씀이 전달하는 은혜를 보다 역동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나라’에 관한 복음에 적절히 반응하라고 촉구한다. 그래서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가 언제나 중시된다. 오늘의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적인 정체성을 올곧게 드러내는지 여기저기서 묻고 있다.

말씀에 근거할 때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사명을 자각하고 그에 따른 선교적이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다. 말씀에 터를 세울 때만 온전할 수 있으며, 위기와 고통의 시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즉 신앙상태의 징후가 증명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믿음과 구원에 대하여 재고할 기회가 놓여 있다. 이러한 시대 인식은 이전과 전혀 다른 태도로 성경을 대하도록 우리를 부른다. 이러한 초대에 응답할 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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