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에 담은 필리핀 빈민촌 아이들에게 희망
마닐라 외곽 꼬게오 서 ‘유스 콰이어’ 이끌어

필리핀 마닐라 외곽에는 빈민촌이 많다. 한국의 70년대처럼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빈민촌 중 한 곳인 꼬게오의 바공 나욘에서 빈민촌 아이들에게 희망을 노래하게 한국인이 있다. 바로 정영근 목사다.

정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교회음악과에 편입하여 성악을 전공했다. 그는 누구보다 친숙한 음악으로 아이들과 대화했고 그 음악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꿈꾸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일구던 그가 필리핀으로 건너간 것은 지난 2003년. 그는 처음에는 마닐라에 머물며 필리핀 빈민촌 아이들을 위한 구호와 후원사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빈민촌 아이들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어려웠고 남자 아이들은 산에 올라 바나나를 따다가 시장에 내다 팔고 여자 아이들은 빨래를 하는 등 부모들의 일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 목회자의 소개로 찾은 빈민촌 아이들의 처지를 보면서 무엇인가 도와야 겠다는 마음에서 급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 아이들을 보면서 무엇인가 돕고 싶었습니다. 빈민촌 교회의 목회자의 사역을 보면서 간식을 제공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몇몇 어린이들의 중고등학교 진학을 재정적으로 후원도 했습니다.”

교단의 정식 파송을 받은 선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개인의 돈과 지인들의 후원을 받아 급식과 간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점차 사역이 안정되면서 매주 토요일 정 목사와 아이들의 자연스런 만남이 시작되었다.

교회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어울려 게임도 하고 놀이와 성경공부 시간도 운영하기 시작했고 정 목사는 아이들과 서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정 목사는 평소의 관심을 살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볼 마음을 품었다고 한다.

“빈민촌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해서 음악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답고 고운 음악을 통해 자신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고 노래를 부를 때 더욱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하였습니다.”

매주 토요일 20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오전 8시 30번 시작된 모임은 찬양과 간단한 게임 등이 진행되고 식사시간이 이어졌다. 이렇게 어울림의 시간이 진행된 후 합창단 연습이 시작되었다. 평균 참석인원은 30~40여명. 정 목사는 아이들과 음악을 매개로 대화를 시작했다. 오르간을 전공한 아내는 건반을 두드리고 정 목사는 찬양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합창단원은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든 상관없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했다. 실력있고 수준 높은 합창단을 만들려 했다면 아이들을 꼼꼼히 테스트하여 선발했겠지만 정 목사는 실력보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인원도 들쑥날쑥하고 때론 목소리가 잠겨 아쉬움도 크지만 40여명 아이들은 ‘호산나 유스 콰이어’라는 이름의 합창단이 꾸려졌다.

취재가 이뤄진 3월 29일은 마침 특별한 공연이 있는 날이라 합창단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이날 합창단은 SM몰에서 열리는 씨티 게이트 유치원 졸업식에 특별게스트로 서기 때문이다. 3~4년 꾸준히 연습하고 모였지만 합창단의 실력은 뛰어난 편은 아니다. 부끄럼을 타고 내성적인 아이들이라 목소리도 잘 내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은 사뭇 진지했다. 남성과 여성 파트로 나뉘어 연습도 하고 소리를 예쁘게 내기 위해 입을 오무리고 자세를 갖춰 최선을 다해 찬양을 불렀다. 1시간에 걸친 연습을 모두 마친 후 아이들은 옷을 차려 입고 무대에 설 준비도 했다.

오후 2시 30분경 유스 콰이어 소개에 이어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그동안 열심히 연습해 온 파그부부라이 부라이, 둔 사 쿠루스, 지저스 러브스 미, 쿰바야 등을 불렀다. 처음엔 긴장한 듯 목소리는 더욱 잠겼고 음향장비도 울림 때문에 말썽이었지만 아이들은 최선을 다했다.

정영근 목사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합창을 만들어 냈다. 최선을 다한 공연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부모들의 큰 박수를 불러 일으켰고 아이들은 모두 상기된 얼굴로 무대를 내려왔다.

유스 콰이어와 함께 정영근 목사는 선교사 자녀(MK) 콰이어도 함께 이끌고 있다. 자녀들을 음악으로 가르치기 위해 시작한 모임이 선교사들의 자녀들에게 함께 찬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구성된 MK콰이어는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다. 매년 두 차례 발표회도 진행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영근 목사는 “유스 콰이어가 비록 작은 모임이고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함께 하며 노래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에 자신의 가족과 필리핀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지휘하며 행복을 만들고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하는 정영근 목사의 사역을 통해 봄 햇살과 같은 따뜻함이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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