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종말을 살게 하소서! “ parousiva” (파루시아)

우주의 종말사상은 인류의 유사 이래로 계속 강조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유달리 종말을 생각나게 하는 많은 대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1세기 예수 사후에도 그리스도인들은 줄곧 그분이 다시 오시기만을 기다리는 소망 가운데 믿음을 간직했다.

우리 성결교단은 사중복음 가운데 마지막 교리로 그와 같은 예수님에 대한 ‘재림’(再臨) 신앙을 채택하였다. 재림을 의미하는 헬라어 원어는 “파루시아”(parousiva, 신약성경에 24회 등장)인데, 고전헬라어에서 이 용어는 일반적인 의미로 “함께 있음”, “현존”, “임재”를 뜻하는 동시에 “도착”, “오심”, “도래”를 뜻하기도 하였다.

1세기 헬라문화에서 통용된 파루시아(parousia) 단어는 왕이나 황제 같은 최고의 통치자가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며 식민지 도시들을 장엄하게 방문하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황제의 파루시아는 백성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다. 왜냐하면 황제의 파루시아 날짜가 정해지면 먼저 세금이나 곡식들을 거두어 그 돈으로 도로를 만들거나 건물들을 지었으며, 축제 행사을 준비하고, 방문기념 주화가 주조되며, 방문 기념 제사가 드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왕이나 황제의 파루시아들은 그 특이한 위엄과 찬란함으로 유명하였다.

1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의 지배자인 로마황제의 파루시아 장면과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찬란한 파루시아 사이에 유사성을 발견하고, 황제의 도착에만 사용되었던 용어를 차용하여 예수의 ‘재림’ 또는 ‘강림’을 뜻하는 교회전문용어로 정착시켰던 것이다(고전 15:23, 딤전 2:19, 3:13, 4:15, 5:23, 딤후 2:1, 8, 약 5:7, 8, 벧후 1:16, 3:4, 요1 2:28). 이 ‘파루시아’의 파생어가 오늘날 강림절 또는 대림절을 뜻하는 영어 Advent의 뿌리인 라틴어 Adventus인 것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파루시아는 “para”(para 곁에, 옆에)와 “ouvvsiva”(ousia 본질, 실재)가 결합된 말로서 문자 그대로 “곁에 있는 것,” “직접적인 대면”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고대 세계에서는 왕이나 황제가 방문하게 되면 기념주화를 만들어 공식화폐로 사용한다거나 면전에는 의식에 맞는 제물을 드렸다.

방문일은 당연히 “거룩한 날”로 지정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종말론적 용어인 파루시아는 ‘떠나 버린 자가 먼 미래에 다시 돌아온다’는 뜻을 넘어서 ‘곁에 있는 분 즉 예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뜻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은 지금도 오고 계시고 와 계신다. 사도 바울이 생각한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 삶이란 바로 예수께서 지금 여기에 와 계신 것처럼 살아야 된다는 것이다.

사실 예수님은 초림(初臨)과 재림(再臨) 사이에도 심판과 축복을 행하시는 자로 인류 역사에 끊임없이 오고 계신다. 큄멜(W. G. Ku‥mmel)이 말했다시피 “예수가 선포한 종말론적 사건의 본질적 의미는 세계의 종말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고 있는 종말론적 완성이 하나님, 즉 자신의 구속의 섭리를 이미 현재 예수 안에서 실현시키고 있는 바로 그 하나님의 나라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는 데에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말론적 신앙, 종말론적 삶의 태도를 점차 상실하며 안일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성결교단은 전천년왕국설을 주장하여 미래에 도래할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서만 강조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오고 계신다는 현재적이면서 실현된 종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간과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더욱 균형 잡힌 종말신앙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의 재림 신앙이 단순히 도래할 먼 미래를 고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존적으로 지금 여기에 와 계신 예수님 역시 맞아들이는 것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분명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종말의 언젠가 그분이 오셔서 공의로 심판하시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실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지금도 곁에 오신 그분을 만나고 종말론적 삶을 살아가는 것, 즉 하나님 나라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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