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성장 없고 목회자는 지치고
현상 유지 급급, 새로운 시도 못해 … ‘청빙 경쟁 치열’힘겹기만 한 사역

 

 

편집자주 :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개척교회와 작은교회에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실상’과 그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새롭게 전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지 2회에 걸쳐 진단한다.

# 어느 도시 교회
A교회를 담임하는 B 목사는 사실상 목회를 접었다. 개척 초기 의욕을 가지고 상가를 임대해 목회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3년 째 교회 문을 닫은 상태다. 개척 당시 예배당 수리비용으로 들어간 돈은 빚으로 남았고 열정적인 전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매월 10여명에 이르지만 정착은 매년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매월 들어가는 임대비와 관리비 등은 빚으로 남았고 자녀들이 커가면서 아이들 양육비와 교육비는 아내의 몫으로 넘겨졌다. 개척 10년 째 남은 건 빚뿐이다. 지금은 사실상 가정 예배를 드리는 상태에서 목회는 포기할 수는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어느 섬 교회 목회자
B교회 C 목사는 섬에서 목회한지 15년째다. 목사 안수를 받고서 섬 교회에 들어와 헌신적으로 사역했다. 나름대로 섬 주민들의 신뢰도 얻었고 예배와 심방도 열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자녀들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중학생이 되면서 도시로 ‘유학’을 보내야 한다. 열심히 목회하지만 처음 부임했을 때나 지금이나 목회 상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새로 출석한 주민들도 있지만 나이든 성도들이 세상을 뜨면서 성도 수는 제자리다. 매년 프로그램도 달리하고 목회 패턴도 바꾸고는 있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목회자들은 ‘더 늦기 전에 도시로 나가 교회를 다시 개척할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늘어나는 무임 목회자 수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목회를 포기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목회 중지 상태인 ‘무임’ 목회자의 수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지방회의록을 토대로 보면 20여명은 넘는다. 다른 교회 협동목사로 소속을 처리한 경우도 있고, 사실상 폐쇄 교회지만 이름은 유지시킨 교회도 있어 실제 무임 목회자 수는 더 많다.

이들이 ‘목회 휴식’ 상태에 들어선 가장 큰 이유는 목회에 지치고 요즈음 새신자는 개척교회나 작은 상가교회에 더 이상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데 있다. 자본주의적 사고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선데이 크리스천(주일만 신자)’은 현실이요, 초신자에게 헌금 등 부담이 많은 개척교회나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척교회와 작은 목회자들의 외로움은 주일 오후가 가장 심하다고 한다. 열심히 말씀을 준비하고 전도활동을 통해 기대감을 갖고 주일을 맞지만 가족 중심의 작은 규모의 예배를 드리고 나면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한 두 번은 괜찮지만 두서너 번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자신감도 상실되어 간다. 또 열심히 전도하고 양육했는데 불가피하게 이사를 가거나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성도의 모습을 볼 때도 실망감을 갖게 된다는 것.

섬이나 농어촌 목회자들의 경우는 교회가 섬겨야 할 지역이 제한적이고 마을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이렇다 할 삶의 변화도 없는 과정에서 지치고 무덤덤해 진다. 자녀들이 커가고 도시로 떠날 때가 되면 제대로 된 지원과 돌봄을 못해, 도시로 목회지를 옮기는 문제를 심각히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고, 대형교회로의 구심력이 작용, 개척교회는 부흥성장이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 교회성장 전문가에 따르면 성장하는 교회는 100여개 개척 교회 중 3~5개에 불과하고 다른 90여개 교회는 현상 유지 또는 문 닫는 수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할 정도다. 중소기업과 도시 자영업자들이 매월 조금씩 가진 재산을 까먹는 것처럼 교회도 그동안 모아둔 돈을 조금씩 소모하다가 결국 전세로, 월세로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장담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목회자 배출 과다는 경쟁 강화로
목회환경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년 배출되고 있는 목회자 수 또한 과다배출로 인해 목회환경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매년 우리 교단은 130여명의 목사가 새로 탄생하지만 교회개척은 50여개 전후, 선교사 파송은 10여 가정, 교회 성장에 따른 사역지 증가 20~30여 곳, 기타 10여곳 등으로 30여명의 목회자는 과다 배출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과거 목사가 부족할 때는 전도사가 목사의 역할을 감당했고 전도사도 부족할 때는 신학생이 그 역할을 감당했지만 이제는 목회자가 넘쳐 교회 내에서도 역할을 세분화하고 전문화하고 있는 추세다.

목회 현장이 줄어들다보니 담임목사 청빙 과정은 한마디로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치러진다.
중형교회 이상의 목회지는 50~100여명의 추천서가 들어오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보이지 않은 비방과 뜬 소문도 횡행한다. 또 중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은퇴하면서 기존 부교역자는 ‘개척’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일부교회는 기존 교회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대신 부교역자를 그 교회 담임목사로 보내는 ‘주고 받기식’ 청빙을 하는 경우도 있다. 50대를 넘긴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조금 큰 교회로의 청빙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은퇴 때까지 ‘현상유지’ 방식의 목회를 펼쳐갈 수밖에 없다.

좌절과 절망, 패배감에 젖은 목회자들
목회자가 헌신적으로 사역하는 동안 자녀교육과 가족 생계는 사모의 몫으로 남겨진 경우가 많다. 학교 교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같은 정규 직장을 다니기도 하고 피아노 레슨 강사, 방과후 교사 등을 맡아 가정 경제에 기여하기도 한다. 어떤 목회자는 주변 사람들 몰래 학원 운전기사 등을 통해 교회 재정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목회자의 가정 내 발언권도 약화될 수밖에 없고 가정 내 갈등은 내면화된 상황이다. 가정 사역 전문가들은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편이며 사모의 우울증과 좌절감, 실망감은 위험수위라고 분석한다.

전도세미나와 목회세미나 등에 참석해 자신감도 다시 올리고 열심히 교회 성장 방안을 배워와서 다시 한번 도전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서너 달이 지나면 예전과 같아지는 현실 앞에 자괴감에 빠져들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능력도 없고 부족한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료나 선후배 목회자들이 좋은 교회로 청빙을 받아 가고, 한참 어린 후배들이 중대형교회 담임으로 떡하니 부임하는 모습을 보고, 또 ‘부모 잘 만난 덕’(?)에 좋은 교회에 부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하나님의 뜻이 있겠지’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부러움’과 ‘패배의식’은 떨치기 어렵다.

달라진 목회 환경 속에서 개척교회와 작은교회 목회자들의 도전은 힘겹기만 하다. 달라진 현대인의 눈높이를 맞추기도 어렵고 “상가교회, 성도 십여 명이 되는 개척교회에 누가 오려고 하겠는가?”라는 한탄을 쏟아낸다. ‘도움을 주는 교회에서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때면 가슴이 먹먹하기도 한다. 오늘도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고민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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