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생과 교수의 자살이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카이스트는 우리 기초과학 등의 학문적 메카로 우리사회의 최고의 엘리트를 양성하고 있는 곳이란 점에서 뿐아니라 자살의 원인과 이유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자살은 우리 사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경쟁의 모습이 교육의 장인 대학에 까지 들어와 대학교육을 파괴시키는 과정에서 발생된 일이다.

몇 년 전부터 확산되고 있는 영어몰입교육에 따라 ‘대한민국의 모국어는 영어와 한글’이라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고, 수업료 차등부과제도, 즉 ‘징벌적 등록금제’와 상대평가로 인하여 학점 경쟁이 지나칠 정도로 벌어지고 낮은 학점을 받은 사람들은 패배자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적인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빈곤의 악순환까지 낳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등을 하게 되고 일에 시간을 빼앗기다보면 같은 경쟁 상대들에 비해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피곤함으로 인해 공부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학점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이는 ‘징벌적 등록금’을 더 많이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일을 찾아 아르바이트를 해야한다. 한마디로 경쟁 일변도로 변모한 대학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더욱 경쟁에서 도태하게 하고 패배자요, 낙오자로까지 내모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교회는 자살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경쟁이 극대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새롭게 변모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IMF 구제 금융과 세계적 금융위기를 돌파하기위해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계적 금융기법이 도입되고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로 인한 시장의 개방, 외국 자본의 유치를 위한 법과 제도의 극단적인 개정, 고용과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국민은 정부의 뜻을 따라와야 한다는 국가적, 관료적 접근만이 있었을 뿐 국민은 뒤로 내몰렸다. 사회적 안전망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고 국가적 정책에 반발하면 범죄자로, 도태된 이들은 패배자로까지 치부됐다.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문제는 우리사회가 이것을 조장하고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치고 불필요한 경쟁은 우리 사회의 활력소가 되기보다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내 이웃, 내 원수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진 교회는 우리사회의 경쟁 확산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쳐 나가는 일에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 일변도가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는 과정을 감시하고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러 이유로 밀려나고 낙오된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정부에 요구하고 공공 영역이 감당하지 못할 때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감당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아울러 경쟁구도 속에 내몰린 이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역할 또한 교회의 몫이 될 것이다.

교회와 함께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위로자와 격려자로서의 삶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 충동적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살자들의 대부분이 자살의 징후가 있고 자살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오랜 고뇌가 동반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면 사회 곳곳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그들의 고통과 고뇌를 함께 나누는 선한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한다. 내 주변에 고통당하는 이들이 없는지 돌아보아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평생 친구로 그들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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