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직무정지가처분’…사태 장기화 조짐
재인준 추진 등 사태수습 모색…한기총 해체 목소리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길자연 목사가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가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 1월 열린 한기총 제22회 총회의 대표회장 인준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길 목사의 대표회장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간 한기총은 임시총회에서 대표회장 재인준을 받도록 추진하고 있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길자연 목사 직무정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부장판사 최성준)는 지난 3월 28일 총회결의무효확인 사건의 본안 판결시까지 피신청인 길자연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의 직무집행을 정지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길자연 목사의 직무집행정지 기간 중 김용호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를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자로 선임했다.

법원은 당시 의장이었던 이광선 목사의 정회가 적법했으며 회의장을 벗어난 것에 대해서도 ‘유고’로 보지 않았다. 또한 속회에서 의사정족수를 충족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대표회장을 인준한 결의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번 가처분 판결을 받은 길자연 목사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권선거 의혹이 불거지고 기독시민단체들의 한기총 해체운동이 점점 거세지는 시점에서 법원의 ‘대표회장 인준 무효’ 판결은 적잖은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가기 전 까지 한기총 각 위원회별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당장 코 앞에 닥친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인준 추진할듯
이번 가처분 판결에 대해 길자연 목사측은 즉각적인 이의신청을 하고 본안소송에서 명예를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법원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본안소송 또한 대법원 판결까지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정상적인 대표회장 직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직무대행을 통한 임시총회에서 재인준을 받는 것이 사태 수습을 위한 최선책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기총도 이번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조속히 재인준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총 총무 김운태 목사는 “법원이 대표회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한 이유는 신속한 임시총회의 소집과 공정하고 원활한 총회 진행을 위한 것”이라며 “직무대행을 도와 신속히 임시총회를 소집, 법원이 지적한 인준 절차상 하자를 해소하고 한기총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회장 직무대행 김용호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본안 소송 확정 전에 임시총회 개최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일단 4월말까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범대위 공세 여전
길자연 목사가 임시총회에서 재인준을 받는다 해도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교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길자연 목사의 금권선거를 이유로 당선무효 및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이광선 목사측과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원회(범대위)의 활동이 길 목사 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이번 가처분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은 길자연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며 길 목사의 공개사과와 더불어 겸허히 물러나 개혁에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불법적인 문제(선거법 위반)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며 “엄신형 선관위원장이 길자연 목사가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을 법과 질서에 따라 적용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또 길자연 목사의 금권선거를 이유로  ‘당선무효소송’까지 제기해 길고 지루한 법적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 해체 목소리도
한기총의 금권선거 시비가 터져나온 후 16개 기독시민단체들이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해체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서울과 부산, 대구 등에서 연속토론회를 갖고 한기총을 해체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기총에 가입되어 있는 66개 교단, 19개 단체를 상대로 한기총 탈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아고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한기총에 가입한 단체들 가운데 월드비전이 후원자들의 한기총 탈퇴요구를 받아들여 한기총 탈퇴를 선언했으며 기아대책,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등도 탈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회자 개혁그룹에서도 한기총 해체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손인웅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 자정능력을 점검한다’라는 주제로 열린대화마당을 열고 한기총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었으며 한 발제자는 “한기총이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면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한기총 사태를 계기로 교계 내 갱신과 개혁그룹의 활동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며 한국교회 안의 각종 선거문화에 대한 제고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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