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 상황과 복음주의의 신앙적 태도 점검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가 매년 열고 있는 영익기념강좌가 올해로 15회 째를 맞아 ‘다종교사회 속에서의 복음주의 신앙’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교수와 목회자, 대학원 및 학부 재학생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창훈 교수(서울신대)의 사회로, 박명수 교수가 ‘다종교 사회의 형성과 복음주의 신앙’, 최형근 교수(서울신대 선교학)가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주의 선교’를 주제로 강연하고 백종구 교수(서울기독대 교회사)와 한화룡 교수(백석대 선교학)가 각각 논찬했다.

박명수 교수는 이날 “상대방의 종교를 바로 이해하고 종교 간의 평화를 이룩하자는 ‘종교간의 대화’는 모든 종교는 각각 자기 종교가 절대적인 진리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어 한계가 있다”면서 “피터 버거가 주장하는 대로 현대사회는 일종의 종교시장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종교간의 평화는 종교 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 ‘종교 간의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고 이것을 준수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러한 전제에 이어 그는 ‘국교회 제도 속의 관용(종교의 자유)’가 이뤄진 유럽의 종교상황과 ‘정교분리와 교파경쟁’이 이뤄진 미국의 상황을 점검한 후 한국에서의 다종교 사회의 출현을 구한말,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종교시장을 구분해 설명한다.

박 교수는 “(구한말에는) 여전히 유교가 국교였으나 이미 기독교와 천주교에 대한 종교의 자유가 널리 확산되었고, 불교는 정부의 공인된 테두리 내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며 ‘종교의 자유와 다종교 시대 출현’에 강조점을 두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유교의 국교상실, 일본불교의 진출 등 불교의 영향력 확대, 천도교과 대종교 등의 규제, 기독교의 자유로운 포교가 이뤄지는 등 종교에 대한 공인정책과 유사종교 탄압 등이 이뤄졌다’는 말로 시대별 종교시장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해방이후 ‘남한 사회는 다종교상황을 인정하고 기독교는 건국의 주역으로, 전통종교로서 불교의 점차적 성장, 유고는 종교적 기능이 강하지 못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 소위 민족종교는 쇠퇴하고 고유종교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 무속신앙의 큰 성장, 이슬람의 등장 등’을 주목하고 “해방이후의 한국의 종교지형은 불교와 기독교의 승리와 유교 및 민족종교가 쇠퇴했다”고 정리한다.

이러한 종교적 상황에서 ‘다종교사회에서의 복음주의 기독교의 태도’에 대해 박 교수는 ‘어떤 종교든 자유롭게 자신이 믿는 바를 전하는 자유, 강제적 힘에 의한 자신의 종교 강요해서는 안되며, 종교분쟁의 방지를 위해 정치와 종교의 분리, 종교간 각각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협력, 전통 외래 민족 종교의 구별 등 종교적 차별 철폐, 전통문화와 민족문화 유지보존을 하되 특정종교 포교 행위 지원은 배제와 함께 관용을 강요하지 말 것 등을 일반 사회에 제안했다.

이어진 강의에서 최형근 교수는 “종교적 다원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독교 선교의 방향은 복음에 대한 진정성 대신 종종 타협이나 혼합주의 형태로 나타난다”면서 ‘복음주의 선교를 위한 종교신학적 연구로서 복음의 변증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함께 복음증거자의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종교다원주의의 태동 배경과 발전과정, 그 특징을 살핀 최 교수는 “계몽주의 모더니즘에서 나온 인식론적 다원주의는 서구의 세속화와 다원주의 사고방식을 만연”케 했고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광대한 세계관적 전제들은 종교다원주의 주장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종교는 선택, 생활양식, 선호의 문제로 사유화되었고 대다수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기를 꺼리며 신 개념은 주관적인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교수는 “종교다원주의의 도전에 직면하여 복음증거를 위해 우리는 분명한 복음주의적 선교적 명제를 확인해야 하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인류와 문화와 종교의 주님이시며,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의무는 모든 종족과 문화와 세대와 언어에서 제자를 삼는 것”이라고 말하고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통해 1세기 로마제국의 종교적 다원상황에서 초대교회의 행함을 ‘선포의 형태를 띤 복음전도’라는 표현으로 정리한다.

또한 그는 로잔언약에 언급된 복음전도의 내용을 제시하며 “우리가 복음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담대한 증인으로서 타종교인들 가운데서 복음을 선포하고 변증하며 거룩한 삶을 살 것”, “그리스도인의 겸손함과 온전함, 단순한 삶의 방식을 갖추어야 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강좌에 앞서 박명수 교수의 사회와 허명섭 목사(시흥제일교회)의 기도, 유석성 총장의 설교와 축도 등으로 개회예배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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