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적 오랜 기간 호주 총리직에 재임했었던(1996∼2007) 존 하워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서 뜨거운 대중적 논쟁을 유도하곤 했었다. 그의 단골 메뉴는 호주의 역사를 원주민들에 대한 범죄로 가득찬 못된 인종주의 역사로 전문 역사가들이 폄훼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는 호주 원주민에 대한 동정적 시각이 호주 발전의 원동력인 백인의 자긍심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반지성주의를 자극하였었다.

▨… 1095년 11월 27일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성지회복을 위한 십자군 창설을 공포하였다. 교황은 젊은이들의 십자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달콤한 조건을 제시했다. 즉 십자군으로 출정하면 죄를 사해주고 천당행을 보장하며 출정 중에 얻은 전리품은 모두 사유재산으로 인정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 결과 젊은이들은 마구잡이로 십자군에 뛰어들었고 약탈자로 변신했다.

▨… 봉은사 땅밟기가 일으킨 먼지가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조계사 땅밟기가 뒤를 이었다는 보도다. 물론 기독교의 전통을 존중하는 정통 기독교 주류가 주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가 워낙 사분오열된 탓이기는 하지만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그와 같은 행동에 박수를 보내는 무리들이 있음이 사실이다.

▨… 참으로 두려운 것은 저들의 땅밟기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자긍심이 잘못 자극되면 역사가 왜곡되고 인간의 신앙심이 잘못 자극되면 지성은 반신앙으로 거덜나버린다. 어떤 형태이든 믿음만 주장하면 그뿐이라는 이들이 일정 부분에서 반지성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양해각서처럼 한국교회 일각에 남아 있다면…. 끔찍하다. 정말 끔찍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런 일이 거푸 일어나는 것인가.

▨… 성서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말할 때 그것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해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다고 말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서적 의미의 ‘새 사람’은 땅밟기나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새 계명을 바탕으로 하는 삶의 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신앙은 자신을 가리우는 위장수단일 따름이다. 그 위장수단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지성,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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