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가문에서 출생과 성장

임종명(林宗明)은 20세기가 시작된 초기인 1903년 7월 20일에 황해도 은율군 장년면 서부리라는 농촌마을에서 출생했다.  은율군은 구월산의 남쪽 기슭에 위치한 평야지역으로 농산물이 풍성한 곡창지대인데, 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종명의 부친 임원규 씨였다.

임원규 씨는 한학자였지만, 당시 소래지역에서부터 시작된 기독교의 성경을 전하는 권서인들이 주는 한문성경을 읽은 후에 크게 깨달았다. 그래서 권서인들이 그의 집에 들릴 때마다 사랑방에 묵게 하고 잘 대접하면서 복음진리에 대해 의문점을 묻고 신앙지도를 받았다. 그러다 이웃 마을 관해리에 세워진 교회를 찾아 등록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해서 1년에 한번 꼴로 순회하는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고, 영수로 임명되었다. 영수(領袖)는 교역자가 없는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기독교 초창기의 직분이었다.

임원규 영수는 그의 가정에 딸들만 낳았는데 영수가 된 후 3대 독자인 종명을 낳자,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고 수백 명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초청하여 넓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큰잔치를 베풀었다. 먼저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드린 후, 하나님의 은혜로 아들을 얻었다는 간증을 통해 사람들에게 간접전도를 했다. 술 대신 식혜나 수정과를 했으며, 사람들이 실컷 먹고 자리를 뜰 때는 음식을 따로 싸 주면서 집에 가서 자녀들과 함께 먹도록 배려했다.

종명이는 어릴 때부터 부친을 꼭 빼닮아 몸이 호리호리하면서 키가 크고 영민했다. 그는 독실한 부모의 영향을 받아 서너 살에 벌써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십계명을 줄줄 외었고, 가끔 식사기도도 곧잘 했다. 그는 서너 살에 주일학교에 다녀 찬송을 잘 부르고 성경암송도 잘 해서 연말 때는 최고의 상을 받아 주일학교에서 최고 인기였다.

6살 때에 마을 서당에 입학하여 천자문과 동몽선습, 그리고 명심보감까지 3년 만에 마쳤다. 그때가 1910년 한일합병이 강제로 이뤄진 때여서, 면 단위마다 신학문인 소학교를 세워 8살이 되는 아이들을 강제로 입학시켰다. 그래서 종명이도 10리 길이 되는 면사무소 옆 장년소학교에 입학하여 신학문을 공부했다. 그는 기초한문이 있어 학교에서도 우등생이었다. 13살에 군청 소재지에 있는 은율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 그는 부친이 마련해 준 군 소재지에 하숙집에 들어가 숙식을 하면서 학교에 다녔다. 고등보통학교는 6년제 중고등학교과정으로, 그는 토요일에는 고향집으로 와서 지내며 주일에는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그는 16살에 세례를 받은 후, 중학생이지만 주일학교의 반사로 임명될 정도로 교회의 신임이 두터웠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즐겁고 보람이 있어. 토요일 오후에 집에 오면 그때부터 성경을 읽고 내일 가르칠 말씀을 열심히 준비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으며, 또 부친에게 물어서 깨우친 후에야 가르쳤다.

1923년 그의 나이 20살에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과정인 숭실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장로교의 배위량 선교사가 세운 숭실학교는 성경을 가르치고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기독교학교여서 그는 좋았다. 전문학교는 전국에 서울과 부산, 평양에만 겨우 6개가 있었고, 이북에는 숭실학교가 유일했다. 그래서 입학하기가 어려웠고, 학비가 비싸서 서민들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까만 제복과 사각모를 쓴 전문학생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우러러 보았고, 처녀들은 선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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