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취임한 지 100일 된 대통령이 전 국민의 밉상이 되다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단기간에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연속 골을 허용하는 축구경기를 보는 것 같다.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가 드물다. 현대건설 사장, 서울시장 시절 각종 현안을 거침없이 추진하던 그 활력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하는 일마다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촛불시위는 앞으로 얼마나 계속되고 또 얼마나 격렬해 질런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역사에서 곰곰이 찾아보면 취임 초반부터 망가진 대통령은 이전에 꼭 한 사람이 있었다. 링컨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한 현실보다 더 심각했다. 링컨이 집권하자 미국 연방정부 가운데 절반이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그를 대 놓고 비판했다.

링컨을 둘러싼 모든 인물은 하나같이 자신은 링컨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마음에 드는 각료 한 명을 임명할 수가 없었다. 허수아비 대통령이었다. 심지어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에 대해서도 당시 언론은 ‘유약하고 알맹이 없는 수사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참담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워싱턴 정가의 모략과 패전의 위험에 맞섰다. 수도 워싱턴이 함락당하기 일보직전에서도 그는 수수께끼 같은 농담이나 던지다 비굴한 사람이라 조롱당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계산하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집념을 보였다. 남북전쟁에서 승리했을 때는 복수를 강권하는 참모와 측근을 뿌리치고 대사면을 통해 혼란을 수습해 나갔다.

링컨은 전쟁까지 치르는 위기를 극복하고 끝내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링컨처럼 훌륭하게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링컨은 워싱턴의 정적과 남부 연방정부의 공세로 위기를 맞았지만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의 불만 속에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도무지 대통령과 정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인수위 시절부터 조금씩 내상을 입더니 성급하고 서툰 쇠고기 협상이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키게 만들었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사과했지만 아직도 국민이 무엇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는지 핵심을 간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각료들, 그리고 공무원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 같지도 않다. 고립무원에 사면초가다.

이명박 대통령이 ‘링컨의 위기’에서 배워야할 점이 있다. 가장 우선은 국가를 지켜야한다는 변치 않는 신념이다.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목숨을 걸고 국민의 삶과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집념과 책임감이다. 또 하나는 포용과 관용의 정신이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할 때도 국민의 정서와 감정, 정치적 상대에 대한 배려를 놓쳐서는 안 된다.

총선 과정에 ‘친박연대’라는 이상한 정치결사체가 생긴 것도 크게 보면 이명박 정권의 부덕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야당과 대화하고 반대자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자세도 잃지 말아야한다.

대통령이 불행해지면 국민도 불행하다. 나라의 최고 책임자가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미래는 어둡고 민생은 꼬여 들어간다. 대통령은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한 그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지지를 기다려야 한다. 하나님 앞에 교만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고난당한 뒤에야 스스로 겸비해 지며 그것을 이겨내던 성경의 교훈도 되새겨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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