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차·낯선 한국 땅에서 3년 살아
남편·시어머니 배려로 문화차이 극복

▲ 베트남에서 온 토우씨의 행복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에서 시작된 듯 하다. 단란한 토우씨 가족의 모습.

“우리가족의 새해 소망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에요. 가족모두 건강하고 잘먹고 잘살면 된거지요. 큰 욕심없이 소소한 행복 찾으며 새해에도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최동식 씨(42세)는 6년 전 베트남여성 호티안 토우 씨(33세)와 결혼해 두 딸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국내에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자주 듣게 되는 결혼이주여성의 고통은 이 가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함께 살고 있는 시어머니 조창순 성도(수정교회)까지 베트남인 며느리를 딸처럼 아껴주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집안에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민경(6살), 민지(4살) 두 딸과 토우 씨의 해맑게 웃는 모습 어디에서도 어두운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서울 생활이 마음에 드느냐’는 첫 질문에 토우 씨는 서툰 한국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 온지 3년 됐어요. 여기 조금 심심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베트남, 필리핀 친구도 있어요. 엄마(시어머니)가 잘해줘요.”

토우 씨는 6년 전 베트남에서 최동식 씨를 만나 결혼해 첫 딸을 낳았다. 당시 남편 동식 씨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다가 토우 씨를 만나 사랑의 키워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4년전 한국으로 들어와 둘째 딸을 낳고 낯선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낯선 나라,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토우 씨는 남편의 변함없는 사랑과 시어머니의 아낌없는 배려로 한국을 배워가고 있다. 

토우 씨는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시어머니’라는 말이 어려워 ‘엄마’로 부르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엄마’ 뜻 그대로 였다. 이들 고부사이에는 진짜 모녀같은 살가운 정이 느껴졌다.

토우 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은행이나 버스, 마트 같은 거 잘 못했는데 고모가 많이 알려줘서 이제 잘해요.”라면서 버스타고 인근 친구네집도 놀러다닌다고 했다. 동네에 필리핀, 베트남에서 시집온 다른 친구들을 사귀어 교류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친구들과의 만남이 그리 활발하지는 않은 듯 보였다.

“친구들 시어머니 무서워요. 막 소리질러요. 우리 엄마는 안그래요. 엄마가 그 집에 놀러가지 말랬어요. 한국 친구도 갖고 싶은데 말을 잘 못해서 지금은 안되요.”

그녀도 집밖에 나가면 ‘외국인’이라며 편견을 받기도 하고, 홀대를 받지 않느냐는 물음에 토우 씨는 그런 불편은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런거 없어요. 다들 잘해줘요. 어린이집에서 엄마들도 선생님도 잘해줘요. 슈퍼도 은행 일도 잘해요.”

그녀가 이처럼 당당하고 야무지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최동식 씨는 “사람들이 편견이 많을 것 같기도 한데 우리가족이 아내를 아끼니까 밖에서도 잘 대접받고 다니는 것 같다”면서 “다문화가정에서 외국인 배우자가 잘 적응하려면 가족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남편 최동식 씨와 시어머니는 의외로 베트남인 며느리와 문화적 차이가 크지 않아 많이 다를 것도 없다고 했다. 최씨는“교육은 좀 다른 면이 있어요. 아내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생활속에서 가르치려고 하는데 저도 주입식보다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시어머니 조창순 성도도 “베트남도 유교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는 곳이라 우리와 기본적인 문화와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면서 “거기도 크리스마스도 있고, 설날에 새뱃돈도 주며 덕담해주고, 음력날짜를 쓰는 것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알고보면 다른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설명하는 남편 최동식 씨는 ‘다문화’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우리와는 다르다’는 말 대신 쓰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저 같은 사람들이고, 더 많은 문화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올해는 이 가족의 특별한 나들이가 계획되어 있다. 3년만에 토우씨가 친정나들이를 가는 것이다. 조창순 성도는 “며느리가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여기와서 둘째낳고 키우느라 벌써 3년째 못가봤으니 오죽가고 싶겠어요. 맘껏 쉬고 올 수 있게 해줄 꺼에요”라고 말했다.

행복한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는 최동식 씨에게 비결을 물었다. 그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이 한가정을 이루려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대부분 다문화가정 남편들은 노력을 안하면서 외국인 아내들에게만 노력과 적응을 강요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소박한 꿈을 꾸는 최동식 씨 가족은 내년 한해 좀더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고, 더 배울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손재주가 좋은 토우 씨는 한국말을 더 잘하게 되면 운전도 배우고 파마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내외가 조금씩 신앙이 커져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다문화가정들과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한글도 가르쳐준다고 해서 지인의 소개로 처음 찾아가게 된 김포다문화지원센터(김형주 선교사)를 통해 서서히 신앙에 발을 들어놓게 되었다는 이 가족이 신앙안에서 더욱 행복해 질 수 있기 위해서는 주변의 시선이 무덤덤해지는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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