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화장실 청소로 헌신의 봉사
직접 농사지어 결명차 대접 … 성가대·전도부 봉사도 한결같아
가장 낮은 자리에서 남모르게 교회를 섬겨온 헌신의 봉사자 최병숙 명예권사(신촌교회·사진). 그녀는 신촌교회 화장실이 재래식이었던 25년여 전부터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해온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화장실 청소는 남들은 더럽고 하기 싫은 일일 줄 몰라도 나는 아니에요. 나 같은 사람을 하나님께서 구원해 주셨는데 더럽긴 뭐가. 은혜받으면 화장실 냄새도 않나. 그럼~”
최 권사는 첫 신앙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이것이 바로 봉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최 권사는 젊은시절 신촌교회 가까이에 살며 하숙집을 운영했는데 깔끔하고 성실한 성품이 살림에서 그대로 묻어나 하숙생은 언제나 만원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일도 잘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이었지만 당시 최 권사는 혼자 교회에 나가는 큰 아들의 성경책을 빼앗아 버리기를 수차례 할 정도로 강경한 불교신자였다. 그러나 변화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하나님이 정말 나를 위해 예비하신대로 어느 날 우연히 설교를 듣게 됐는데 이것이 진리의 말씀임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고. 그때부터 최 권사의 뜨거운 신앙생활이 시작됐다.
그녀는 매일 밤낮 교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남편이 지옥에 갈까 두려워 매일 밤 10시에 교회에 와서 남편과 가족들의 전도를 위해 기도했던 것. 이렇게 몇 달을 기도하던 중 어느 날 밤 처음 화장실을 가게 됐는데 그게 25년 화장실 청소의 시발점이 되었다.
“밤기도를 하기 시작한지 몇 달인가 지나서 화장실을 갔는데 너무 더러운 거에요. 안그래도 무엇이든 교회에서 봉사하고 싶었는데 이게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그날 시작하게 됐죠.”
최 권사는 대학가 길목이라 드나드는 사람이 많고 특히 취객이 많아 공중화장실처럼 지저분했던 신촌교회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냄새가 심한 재래식 화장실에서 최 권사는 수세미를 들고 변기를 하나하나 닦고 벽과 바닥까지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청소했다.
“처음에는 얼마나 냄새가 나는지 숨도 못쉬고 어지러울 정도였지만 ‘주님 이게 저의 사명임을 믿습니다’하고 기도하며 청소하기 시작했는데 며칠 지나니 괜찮아졌어요.”
최 권사는 25년을 하루같이 화장실을 청소했다. 하지만 그녀는 화장실을 내가 청소했다고 나서지 않았다. 혹시 화장실을 청소할 때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숨어서 나갈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봉사 사실도 숨겼다.
“남모르게 하나님께만 헌신하고 싶었는데 몇 년인가 지나서 어느 부목사님께서 제가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얘기하셨어요. 그때 알려지게 됐죠. 끝까지 하나님만 아시게 일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화장실 청소는 올해 6월 말까지 계속됐다. 7월에 디스크 수술로 거동이 예전같지 않아져 어쩔 수 없이 봉사를 마친 것이다. 수술 바로 전날까지 밤에 홀로나와 화장실 청소를 했다니 그 정성에 하나님도 감동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매일 밤 화장실을 청소하고 눈물로 기도한 덕에 최 권사는 남편과 시어머니 등 모든 가족을 전도할 수 있었다. 또 그녀의 한결같은 신앙은 주변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었고 수십명을 넘는 전도결실로도 이어졌다.
올해로 오랜시간 남모르게 해온 화장실 청소는 끝이 났지만 목회자들을 위한 ‘결명차’ 봉사는 계속되고 있다. 최 권사는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게 되던 즈음부터 예배 시간마다 목회자들을 위해 차를 대접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편과 인근 산에서 약수를 떠다가 놓기 시작했는데 이후 ‘결명차’ 봉사로 자리잡았다. 최 권사는 티백에 물을 끓여 대접하는게 아니라 집앞의 텃밭에 직접 결명자를 심고 수확해 결명차를 끓이는 등 큰 정성을 쏟고 있다.
이밖에도 최 권사는 주일 1부 6시 예배 베들레험 성가대를 15년째 맡아 봉사하고 있으며, 예배 후에는 30년 째 전도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루하루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몰라요.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하는 봉사는 일이 아니라 기쁨이랍니다.”
70세가 넘도록 쉼없이 봉사하는 최 권사는 오늘도 바쁜 뒷모습으로 교회 곳곳을 누비며 봉사가 필요한 곳을 찾아 헌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