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경기도의 한 조계종 선원에 ‘와~’ 하고 환호성이 터졌다. 푸른 눈의 외국인 승려를 향한 것이었다.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는 요청도 쏟아졌다. 무시한 채 문을 나서려던 승려가 돌아서서 버럭 소릴 지른다. “이 못생긴 미국 상놈 봐서 뭐해요? 거울에 비친 당신 자신, ‘참나’를 봐야지!(조선일보 2010년 12월 11일)” 1964년 생이니 이제 마흔 여섯일 현각 스님의 일갈에 한국 불교계가 움찔하지 않았을까.

▨… 한나라당이 내년도 템플스테이 예산을 최소한 올해 수준(185억원)으로 책정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지난 8일 예산 단독처리 과정에서 60여억원이 줄어든 122억 5천만원만 통과시켰다고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가 현 정권에 대해 등을 돌렸다. 템플스테이가 불교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각의 일갈에 귀를 막는다면 ‘처치스테이’를 위한 예산 배정도 떼써봄직하지 않을까. 대통령도 장로인데….

▨… 천주교에서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추기경 비판이 날을 세우고 있다. 천주교의 구조는 위계질서가 분명해서 하극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데 추기경은 물러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사태의 발단은 연평도 포격과 4대강 사업이었다. 사회문제에 대한 천주교의 관심은, 중남미에서는 교황과 각을 세우는 사태까지도 빚었었다.

▨… 우리 성결교회에는 ‘참나’를 찾는 눈길만 빛나는 것일까. ‘처치스테이’도 4대강 사업이나 연평도 포격도 오불관언이다. 그러나 성결교회가 성결교회답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하고 무슨 일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현각 만큼도 일갈하는 이가 없다. 교단의 비리 운운하는 이들이 현각만큼 자신에게 엄정하다면….

▨… 어떤 한 사람을 영리하고 자신의 이익에 밝게 만드는 것과 그 사람을 덕스럽게 만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임마누엘 칸트는 지적했었다. 그에 의하면 자기 행복의 원리는 도덕성을 확립하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I. 칸트·도덕철학서론). 이 말에 빗대어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데 유난스러운 재주를 지니고 있는 이들의 도덕성은 결코 그리스도적일 수 없다고 이해하면 칸트를 오해한 것일까 그리스도를 오해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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