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소식 “eu;agge;lion”(유앙겔리온)

12월!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에 지금 우리나라는 연평도에서 빚어진 북한의 도발로 온통 시끌벅적하며 온 국민은 재도발 가능성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할 만한 좋은 소식이 없을까?

약 2천여 년 전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던 당시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어쩌면 모든 정치와 경제, 종교와 사회 등 저 밑바닥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도 로마와 자국의 권력자들의 지배에 의해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 할 말 못하며 살아가고 있었으리라. 이러한 상황에서 메시아, 예수님의 탄생은 만백성에게 “기쁜 소식” 혹은 “좋은 소식”(Good News)이었음에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성경에 “복음”(福音)이라고 번역된 이 용어는 원래 기쁜 소식을 뜻하는 헬라어 “eu;agge;lion“(유앙겔리온)이다. 오늘날 기독교 신학에 가장 중요한 단어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 용어는 ‘좋은’, ‘기쁜’, ‘반가운’을 의미하는 “eu;”와 ‘소식’, ‘기별’을 뜻하는 "agge;lion"의 합성어로서 신약성경 전체에 76번 나타난다.

고대지중해 문화권에서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비롯하여 황제와 관련된 모든 사건들은 모두 좋은 소식이었다. 이를 테면 황제의 출생, 생일, 즉위식, 그리고 군사적·정치적 승전보 등이 모두 좋은 소식, 반가운 기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축제일이 되면 전령관(kerux: 케룩스)이 말을 타고 여러 고을을 다니면서 “여기에 유앙겔리온이 있다”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알렸던 것이다. 그 케룩스가 전하는 내용을 우리가 잘 아는 “케리그마”(Kerygma)라고 했던 것이다.

소아시아의 프리에네(priene)에서 이러한 쓰임새의 기원을 알게 해주는 기원전 9년의 고대 비문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는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기원후 14)의 탄생에 관해 “신의 생일은 세상을 위한 기쁜 소식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도미티아누스 황제(기원후 51~96)는 스스로 “신이요 황제”라고 자처하여 ‘유앙겔리온’을 외치면서, 자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했다. 곳곳에 황제 신전을 지어 참배하도록 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황제의 근황들을 알리는 좋은 소식을 의미하는 용어가 바로 ‘eu;agge;lion’(유앙겔리온)이며, 이런 기쁜 소식들은 로마제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안정을 주는 희망의 용어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복음서 저자들과 사도 바울은 당시 황제에게만 적용되었던 이 개념을 차용하여 예수의 생애야 말로 바로 이 ‘유앙겔리온’이라고 온 지중해 세계에 선포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예수의 탄생, 생애, 죽음, 부활과 현현을 그리스도의 승리(승전보)로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앙겔리온”이라는 말 한마디를 통해서 1세기의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이야말로 황제와 관련된 기쁜 소식 못지않게 반갑고도 좋은 기별이었으며, 그의 오심은 곧 세계가 동터오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연평도 교전으로 나라 전체가 충격, 회의, 분노, 비통, 상처, 그리고 전운 등의 복잡한 감정으로 얽혀있다. 따라서 이번 성탄절은 여느 해처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가스펠(gospel)만 부르면서 교회 안에서 만의 ‘유앙겔리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님은 만백성의 구원자요, 화해자로 오셨다는 예언자적 목소리가 보다 더 강력하게 담겨야 할 것이다.

그는 진정 평화의 왕이요, 회복의 화신이자 우리 민족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오신 분임을 선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연평도에서 죽어간 해병대 병사들과 주민들을 기억하고 그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맞선 전투의지를 주장하는 것도 일리 있지만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발터 카스퍼(W. Kasper)가 “예수의 메시지는 기쁜 소식이요, 하나님의 최종적이며 궁극적인 은총의 제공이다…. 예수의 설교는 위협의 설교가 아니라 기쁜 소식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 나라의 지도자들도 그러한 신앙자세로 이번 일을 잘 대처해준다면 백성들에게 뜻 깊은 성탄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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