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을 것을 닮아야 한다, “eivkw;n”(에이콘)
요즈음 신문 지상을 비롯하여 온갖 매스컴에서는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심지어 어떤 관상가들은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그의 조부(祖父)인 김일성과 닮은꼴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정권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이미지(image) 정치의 한 수단일 수도 있겠으나, “닮을 걸 닮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를 닮아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빼닮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형상 즉 그리스도인의 닮은꼴을 이야기하면서, 헬라어 원어 “쨎ivkw;n(에이콘)”이라는 개념을 차용한다. 원래 ‘형상’, ‘닮음’, ‘우상’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신약성경에 23차례나 등장한다. 복음서에는 3번(마 22:20, 막 12:16, 눅 20:24), 계시록에서는 우상이라는 의미로 10번에 걸쳐 나타난다(13:15-3회, 15:2, 16:2, 19:20, 13:14, 14:9, 14:11, 20:4). 그러나 바울서신에서는 보다 독특한 의미로 9번 등장한다(롬 1:23, 8:29, 고전 11:7, 15:49-2회, 고후 3:18, 4:4, 골 1:15, 3:10). 바울은 이 개념을 통하여 1세기 지중해 세계의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원안(原案)을 닮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안이 누구이겠는가? 처음 사랑을 간직한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겠는가?
이 “형상”이라는 말은 이미 구약시대에도 있었다. 잘 아는 대로 “쩨렘”(tselem)이다(창 1:26-28 참조). 또한 이 용어는 “모습”이라고 번역이 되기도 하고, 조각품이나 모조품을 의미하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영어로는 image, likeness로 번역되어 진다. 또한 고대근동지방의 수메르어에서는 “알란”(alan)으로, 아카드어의 “살무”(salmu)로 쓰이던 언어로서, 신의 현존 즉 신의 형상을 가리키는 데 쓰이던 말이었다.
그러면 “쩨렘”으로 번역되는 “eivkw;n(에이콘)”에 함축된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은 다른 존재보다 더 존귀하게 창조되었다는 의미이다. 구약에 정통했던 사도 바울은 히브리어 “쩨렘”을 헬라어 “에이콘”으로 번역하면서, 본체(morphe)보다는 다소 약하고 외형보다는 강한 의미인 “형상” 혹은 “원형”으로 옮겼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용어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외형과 속성을 아울러 모두 닮아야 함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도 바울은 ‘에이콘’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오직 성령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원형을 닮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용어에서 유래된 것이 중세교회의 Icon(이콘/아이콘) 전통인데, 기독교역사에 거룩한 성화를 통해서 신심을 키우고 그리스도를 닮아 가려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이 하나님의 대리자가 되어 세계의 통치와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존을 의도하셨던 것처럼,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도 만물의 원형이신 그리스도를 닮아서 그 영광을 성취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온 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얼마나 닮고자 하는가 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맏배로서 하나님을 쏙 빼닮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게 되면 자연히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을 닮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나님과 닮은꼴이라는 것은 다만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그분께서 명령한 것을 이 땅에 잘 시행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권력에 입문한 김정은이 조부인 김일성을 닮았다 하니 그의 정치적 행보가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지난 시기의 권력욕과 지배욕, 탐욕과 전쟁의 욕망 등은 닮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자신도 한갓 백성의 대리자로서 남한을 비롯하여 전 세계와 공존을 모색하면서 기필코 ‘한반도의 원형’(eivkw;n)을 복구하는, 일치와 통일을 이룩하는 진짜배기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품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보여 주신 그 원형이야말로 하나님의 마음과 일치하는 것 즉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반도의 온전한 회복이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즐거운 강의로 잘 가르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