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신학대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그것은 미래의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그 계획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학교를 반드시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서 총장이나 교수진, 총회장이나 총동문회장들의 표정은 결연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했다. 서울신대의 내일은 계속 ‘맑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 그러나 정말 그럴까, 계속 맑음일 수 있을까?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또 기릴만한 것들로 세워졌지만 문준경 순교기념관 건립과 맞물려 있다.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의 어둠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고 교단 안의 대부분의 교회들은 경상비 지출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많은 교회들은 교단에서 이뤄지는 모금운동에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 개교회 경상비 0.5퍼센트를 향후 3년간 서울신학대학교의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증액하도록 지난 103년차 총회가 결의하였다. 그러나 개교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에 전국교회 경상비 0.5퍼센트의 지원이 실제적으로 얼마만큼이나 도움이 될 것인가? 0.5퍼센트는 금년도의 경우 약 12억원 임을 염두에 두고 기념사업의 청사진을 그리면 쇠꼬리나 쥐꼬리 꼴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 8개 학부학과와 5개 대학원의 재학생 수는 약 3천명을 웃돈다. 그러나 중심은 여전히 신학과이다. 신학과 교수의 수가 타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 그것을 웅변해준다. 교단이 신학과 이외의 타학과 학생들의 취업이나 진로 문제에 대해서는 오불관언이라는 사실은 그것을 확인해준다. 신학과 학생들의 진로나 일자리도 제대로 관심가져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 교단 일각에서는 서울신대의 교수라는 위치는 교단 안에서 선택받은 귀족의 자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총장은 시샘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을 목전에 둔 총장의 자리는 바늘방석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야 하는, 견마지로를 다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럼에도 지난번 총장 인선에서는 7명의 교수가 나섰다. 바늘방석도 좋다니… 역시 주님의 제자들이다. 이 제자들이 있어 교단의 현실은 어두워도 계속 맑음이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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