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논하는 전통적인 방식 가운데에는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은 감각적 명료함을 소중하게 여기는 현대의 가치관에 의하면 아주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고, 결국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하나님의 속성론이 그런 부류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속성론은 그 형이상학적 유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또한 빠른 것을 좋아하고 쉬운 것을 찾으며 감각적인 현실 이익 속에서만 실용적 진리를 찾으려는 현대인의 감각에 안 맞아 잊혀질 운명이라고 되뇌여진다. 하지만 이렇게 교회의 언어를 쉽게 생각하는 풍토에 대하여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의 속성론을 대할 때와 같은 태도로 우리가 사는 시대와 상황을 이해못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것을 과감하게 버려야만 할 것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미래와 현재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그저 그 애매모호함을 미덕으로 삼고 과거와 다르게 펼쳐질 미래를 기대하는 채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가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여전히 난해한 난수표 같은 복잡함을 머리에 지닌 채로 하나님의 속성론을 말하며 그 실제 내용으로 접근해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존재론과 의미론 등과 같이 특별히 난해한 영역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의 속성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들이 사용하거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일상적 경험의 내용(옳은 것, 참된 것, 거룩한 것, 시간의 유한성과 무한성, 변화 등)을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켜 이를 이데아적 실체나 개념적 실체로 정립한 뒤, 하나님의 알려지지 않은 형이상학적 본질이라는 영역을 가정하고 이에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려는 시도의 결과가 하나님의 속성론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을 가장 쉽게, 그리고 단순 명료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형이상학적인 바탕에서 시도된 하나님의 속성론은 다음의 세 가지의 범주들로 보다 세밀하게 나눌 수 있다.

첫째, 하나님이 세계와 인간들과의 관계에서 일을 행하실 때 덧붙여지는 속성적 요소들(attributa), 둘째, 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이라는 삼위일체 내의 각 개체 인격들에게나 특별한 방식으로 덧붙여지는 속성적 본성(proprietates),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한 특별한 행동(예를 들자면 창조)을 범주로 하여 하나님에 대하여 말하는 방식(창조, 화해, 구속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속성들은 다시 ‘이 속성을 순전히 하나님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과 다른 피조물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여길 것인가?’에 따라 공유적 속성과 비공유적 속성으로 다시 나누어 이해되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영원성이나 전지전능 같은 것은 하나님의 비공유적 속성이며 거룩함, 선함, 사랑하심 등과 같은 것들은 공유적 속성이다. 또한 공유적 속성이던, 비공유적 속성이던 간에 어떤 것은 형이상학적 전통에서 이해된 것들(영원성, 단순성, 선성, 불변성 등)이 있으며 어떤 것들은 그 근원적인 출처가 성서의 계시를 통하여 확증된 것들(사랑, 거룩함 등)도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과거부터도 이러한 방식의 하나님 이해에 대해 많은 질문거리들이 제시되었다. ‘하나님에게 적용된 개념들의 실재를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답변들은 중세시대의 언어철학적 통찰을 따라 실재론(Realismus:이데아적 개념이 실재한다는 것)이나 유명론(Nominalismus:모든 중요 개념들은 단지 인간의 언어현상일 뿐이지 실재가 아니라는 것)적 방식으로 추구되었다.

현대에 와서도 이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이 속성이 단지 하나님의 사랑과 자유의 전개를 나타낼 뿐이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이 속성들이 기도하고 간구하는 우리의 언어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실재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이 두 가지 모두 옳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의 속성론이 실제로 추구하는 바는, 겉보기와 달리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심을 증거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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