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세계문학에 기여한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에서는 세르반테스의 서거일인 4월 23일이면 그의 죽음 이후 거의 4백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경향 각지에서 개최된다. 이때가 되면 우스꽝스러운 복장의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스페인 전역을 휩쓸고 사람들은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자신의 분신이나 되는 양 환호한다.

▨… 국무총리를 선정하기 위한 청문회가 있었다. 이름깨나 있다는 많은 사람들이 청문회라는 이름의 단두대에 목을 걸기 싫어서 내정자의 위치를 사양했다고 한다. 부족할 것 없는 삶을 누리고 있는데 돈키호테 흉내내듯 마구 찔러대는 창 때문에 누더기 꼴이 되는 것을 무엇 때문에 참아야 하느냐고 모두들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용감한 분이 있어 어렵사리 그 관문을 통과했다.

▨…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고상하면서 무례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 영웅적이고, 유치하지만 사랑스러우며, 언제나 환상을 좇는 인물이었다. 풍차와 양떼를 향해서 돌진하는 돈키호테는 후세 사람들의 박수는 받았지만 존경할만한 무사는 아니었다. 목사 부총회장에 3명, 장로 부총회장에 2명, 총무에 4명 등 15명이 후보 등록을 예약했다. 행여라도 하나님의 일, 교단의 일을 풍차나 양떼 정도로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설마하니 그럴 분이야 있겠는가.

▨… 선이 무엇인지를 아는 이들이, 정의가 무엇인지를 아는 이들이,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분을 선택하는 것이 부총회장 선거이고, 총무 선거인데 그 과정이, 그 결과가 언제나 마땅하지만은 않더라는 아이러니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후보자 중에 돈키호테가 숨어 있기 때문인가, 투표자가 돈키호테이기 때문인가. 선택의 결과가 그릇될 수도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숙명인가.

▨… ‘가장 선한 것이 부패하면 가장 악한 것이 된다’는 말이 있다. 가룟 유다가 예수님의 제자였다는, 히틀러가 복음의 사수자를 자처하고, 스탈린이 기독교교리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 준다. 예비후보 등록자들이 교단을 위해 말 그대로 자신을 바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들의 목표가 결단코풍차나 양떼일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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