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9:1~9)
스데반 집사의 순교는 예루살렘 교회 공동체를 뿌리 채 흔드는 박해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박해는 도리어 교회를 더욱 견고하고 굳건하게 세우는 역할을 했으며, 예루살렘에만 머물렀던 복음이 유대와 사마리아까지 퍼지게 했고, 또한 복음이 온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어서 스데반 집사의 순교와 박해가 가져온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복음 전도자가 세워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데반 집사가 순교당할 때 유대인 증인들이 옷을 벗어서 사울이라는 청년의 발 앞에 두었는데, 그 사울이 오히려 변화되어 스데반이 부르짖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증인이 된 것이다.
스데반 순교 이후에도 사울은 예수의 제자들에 대하여 증오심과 적개심을 품었다. 그는 다메섹에 있는 기독교인들도 예루살렘으로 잡아오기 위하여 대제사장에게서 공문을 받아 다메섹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메섹에서 18km 떨어진 곳(현재의 지명은 코캅)에서 사울은 극적인 회심을 하게 된다. 사울이 말을 타고 가는데 하늘에서 비추는 강렬한 빛과 음성에 놀라서 말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시리아 정교회에서는 이를 기념하여 2001년도에 교회를 건축했는데 ‘바울 낙마 교회’ 혹은 ‘바울 회심 교회’라고 부른다.
예수님을 만난 사울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울은 자기가 틀렸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무지가 진실된 하나님의 사람들을 박해하고 죽이고 있음을 알고 깊이 회개한다.
사울은 이때의 강렬한 빛으로 인하여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으나 하나님은 다메섹에서 아나니아로 하여금 사울에게 안수하게 하여 다시 보게 한 후, 그를 복음의 증인이 되게 하셨다.
사울의 회심은 복음 전파의 흐름과 기독교의 역사를 바꿔놓은 전환점이 되었다. 예수님을 향한 사울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은 복음을 소아시아로, 그리고 로마로까지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의 목적은 로마 황제 앞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사울은 기꺼이 로마의 죄수가 되었다.
로마 황제 앞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은 복음이 유럽 전역과 온 세계로 퍼지게 하는, 그야말로 땅끝까지 전해지게 하는 기회였다. 만일 사울이 로마의 죄수가 아니었다면 그는 황제 앞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사울이 황제 앞에서 복음을 전한다면 분명히 로마의 귀족과 고위 정치인들, 유수한 장군들, 또 분봉왕들과 그 수행원들도 그 자리에 참석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울은 온 세계로 찾아가지 않고서도 오히려 온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나님은 이 일을 위하여 사울을 부르셨다. 사울은 적임자였다. 로마 시민권자이며 유대의 뛰어난 학자인 그는 세계의 어디든지 유대인들이 있는 곳이면 회당에 들어가서 합법적으로 설교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랍비였고, 유대 종교지도자들을 이론과 논리, 성경의 지식적인 면에서도 이길 수 있으며, 또한 창궐하고 있는 이단들의 거센 공격에도 오히려 그들을 물리칠 수 있는 위대한 사도라고 칭할 수 있다.
하나님은 사울을 세우시기 위하여 사울로 하여금 스데반 순교의 자리에 있게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스데반의 얼굴은 천사의 얼굴이었고 돌에 맞아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자기에게 돌 던지는 자들을 위해서 사랑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이때 사울은 이런 스데반의 모습에 아무런 감동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회심할 때는 스데반의 모습까지 겹쳐지면서 그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되었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스데반의 모습은 곧 예수님의 모습이었음을 배우게 되면서 그의 신앙은 성숙해진다.
스데반은 피를 흘리고 숨졌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중단없이 계속 확장되었으며, 하나님은 스데반 대신 사울을 세우셨다. 유대교나 사탄의 입장에서 보면 눈엣 가시같은 한 인물을 없앴다고 좋아했는데 하나님은 오히려 더 크고 무서운 인물을 세우셨다. 그러므로 스데반 순교 이후 그 피 위에 사울을 비롯한 숱한 복음의 증거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하나님 나라는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지고 그 위에서 더욱 확장되어진다. 이때 하나님은 한 순교자의 피를 받으시고 그 뒤를 이을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세우신다. 오늘날 우리가 바로 그들이다. 많은 순교자들은 오늘 우리를 통하여 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정신과 각오, 그리고 믿음을 본받아 땅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