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찰집사로 은혜체험

민근(의)식 내외가 부평으로 온 후 조남섭 집사는 자신이 다니는 부평제일교회의 사찰로 일하도록 담임목사의 허락을 받았다. 일에 관계없이 일단 도시에 오니 숨통이 트여 좋았다. 그는 교회 사찰의 방에 짐을 풀고 교회를 청소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교회 밖을 주로 청소하고 예배시마다 종을 치면 아내는 교회 안을 쓸고 닦았다.

그의 일은 새벽 4시부터 시작했다. 새벽기도회 30분 전에 일어나 종을 치는 동안 아내가 일어나 교회마루를 쓸고 닦는다. 여름에는 괜찮지만, 겨울에는 추운 새벽에 종을 치고 난로에 땔감을 넣어 불을 피우는 일이 여간 힘 드는 게 아니었다. 새벽기도회에 나오는 신자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수고에 비해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새벽기도회 종을 칠 때마다 기도했다. “주여, 이 종소리를 듣고 신자들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교회에 많이 와서 기도하게 하소서.” 그렇게 기도를 수백 번 했지만 정작 새벽기도를 나오는 신자들은 언제나 몇 사람이었다. 주일 낮 예배 신자들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는 새벽기도회에 나와서 기도하는 신자들이 진짜 신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는 동안 그는 교회에서 청소나 하는 자기가 하찮고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신자들이 자기에게 반말을 하고, 또 하대를 해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부평 시내나 인천으로 가서 직장을 알아봤지만, 잡일을 하는 일 말고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1953년 2월 어느 날이었다. 그가 이상한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깼다. 그런데 그 꿈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옷을 입고 교회로 들어갔다. 새벽 2시 30분경이었다. 교회는 냉방처럼 춥고 쌀쌀했지만, 그는 털석! 찬 마루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주여!”하고 부르짖으며 기도하려고 했다. 그 순간 그의 속에서 불길 같은 것이 올라오자 몹시 답답함을 느꼈다.

그가 고개를 치켜들고 강대상 벽의 십자가 쪽을 바라보는 순간, 빛을 입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려오시는 환상을 보았다. “아, 주님!” 그가 그 자리에 꺼꾸러지며 지난 날 지은 죄를 회개하기 시작했다. 1시간 이상 회개하며 눈물을 흘리자 마음이 시원하고 평안해졌다. 그는 처음으로 하나님의 신령한 은혜를 체험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평생 주님 중심의 삶으로 살게 된다.

1956년 6월. 부평제일교회의 조병두 목사가 부평신촌에 서울신학교 재학생 이근경 전도사를 파송해서 지교회를 설립했다. 조병두 목사는 30여평 되는 땅을 빌려 큰 천막 하나를 사서 세우고 가마니를 깔고 앉아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은혜 받아 열심 있는 민근식 집사 내외를 이 전도사를 돕도록 함께 파송했다.

능력을 받은 이근경 전도사는 뜨겁게 설교하고 안수기도를 해서 병자들을 고쳤다. 차츰 부흥이 되려고 하는데, 이 전도사가 개척 4개월 만에 동대전에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고 신자들도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민근식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철야기도와 노방전도, 집집 방문전도에 하루 종일 매달렸다. 또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내 하정남 집사가 이발 기술을 배워 이발사 자격증을 딴 후, 조남섭 형부의 소개로 부평초등학교 구내 전임 이발사로 취직하여 남편과 아이들을 부양했다. 하정남 집사는 남편에게 잔소리 한번 긁는 일 없이 매사에 남편에게 극진했고, 자기가 가족의 생계를 맡을테니 남편은 영적인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는 아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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